사진, 기사: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6.9.22 18:48
가을의 문턱에서, 강남합창단의 목소리를 타고 아름다운 소리의 스펙트럼이 무대 위에 펼쳐졌다.
강남합창단의 기획시리즈 두 번째 연주, ‘합창 스펙트럼’은 15일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무대는 가요와 영가, 한국곡을 비롯해 영화음악과 재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합창의 경계를 넘어 폭넓은 장르를 한 무대에 펼쳐 보였다.
단순히 여러 장르를 나열한 옴니버스식 구성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악적 색채를 대비시키면서도 합창 언어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 특징이었다.
지휘자인 김인재 예술감독은 “융합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며 “합창 연주에 해금이 들어가고, 서양음악 사이에 국악이 들어가고, 기악음악인 영화음악이 합창에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뉴스매거진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박지훈의 ‘고향’으로 문을 연 강남합창단은 ‘가을밤에 든 생각’(김새롬 편곡), ‘코스모스를 노래함’(이선택 편곡)을 연이어 선보이며 가을의 정취와 그리움을 담은 첫 무대를 장식했다. 계절의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곡들은 합창의 섬세한 음색과 어우러지며 공연의 막을 아름답게 열었다.

이어진 세트는 남성 단원들로 구성됐다. ‘흔쾌한 젊음’을 테마로 ‘브라더스, 싱 온!’(H. 맨킨리 편곡), ‘수토우하트드 멘’(존 리빗 편곡) 등 남성적인 힘과 역동성을 가진 서양곡을 앞뒤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 김준범의 ‘산낙지를 위하여’를 넣어 개성있는 해학과 익살을 더했다.
김인재 감독은 프로그램 노트에서 “코믹과 해학의 우리 합창을 배치했다”며 “테이블 위 안줏거리로 올라와 있는 토막 난 산낙지의 움직임을 을씨년스럽고도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우리를 그 테이블로 안내해 준다”고 소개했다.

여성합창으로 구성된 세트는 ‘짙은 수줍음’을 주제로 이어졌다. 이선택의 ‘가을꽃’과 해금 연주자 장소연이 협연한 이기경의 ‘들국화’가 깊어가는 가을의 정서를 그려내며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어 마크 헤이즈가 편곡한 ‘스윙 위드 더 세인츠’에서는 재즈 쿼르텟 리디안 팩토리의 반주와 함께 여성 합창 특유의 멋과 톤에 스윙 그루브를 더하며 색다른 음악적 질감을 만들어냈다.

15분간의 휴식 후 제2부는 영화음악으로 관객을 끌어들였다. 다시 혼성합창 완전체로 무대에 선 강남합창단은 영화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두 클래식 명곡을 새로운 합창의 언어로 풀어냈다.
본래 기악곡인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박수용의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와 어우러지며 감각적인 합창으로 재탄생했다.

강남합창단은 이어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삽입된 ‘제이 호’(이단 스페리 편곡)를 선보이며 흥미로운 리듬 전개와 스캣을 활용한 엣지 있는 노래를 불러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세트는 재즈풍의 무대였다. 재즈 쿼르텟 리디안 팩토리와 함께한 무대에서 강남합창단은 ‘플라이 미 투 더 문’(커비 쇼 편곡), ‘아이 캔 필 더 스피릿’(제프리 아메스 곡)을 연주한 데 이어 마크 헤이즈가 브라질 보사노바 리듬으로 편곡한 ‘하우 스윗 더 사운드’로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 곡은 잘 알려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차용한 편곡이어서 반가움을 더했다.
강남합창단은 앙코르로 유명 팝송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선택했다. 김인재 예술감독은 최근 네팔의 히말라야 붕괴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가 소용돌이 가운데 내 몸을 굽혀, 나를 딛고 건너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연대와 헌신의 의지를 담아 연주한다고 뉴스매거진에 설명했다.

이날 강남합창단은 단순히 여러 장르를 한데 모은 산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각 세트의 대조와 어울림, 주제와 장르의 조화를 치밀하게 구성하며 ‘강남합창단’이라는 하나의 프리즘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의 스펙트럼을 펼쳐냈다.
합창이라는 장르가 얼마나 다채롭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였으며 서로 다른 요소들이 만나 새로운 색채를 만들어내는 ‘융합’의 가능성을 음악적으로 증명한 자리이기도 했다.
전통적 합창을 넘어 ‘대중적인’ 다채로움이 어우러진 이날의 무대는 합창이 지닌 무한한 색채와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 폭의 풍경처럼 펼쳐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남합창단은 1989년 구립합창단으로 창단돼 2005년 서울시 자치구 단위 최초 혼성합창단으로 재편성되었고, 2009년 강남문화재단 창설과 함께 재단 소속 예술단체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남문화재단은 지난 4월 강남합창단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김인재 전 대구광역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위촉했다. 현재 합창단원 수는 42명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