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 개의 중서부한인회연합회, 진안순 한쪽서 취임

다음 주 전직 시카고한인회장 진안순 씨가 분열된 미중서부한인회연합회(이하 중서부연합회)의 한쪽 회장으로 취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또다시 분열된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처럼 중서부연합회도 현재 두 단체로 갈라진 상태이다. 13개 주 중서부 지역 한인회의 전현직 한인회장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중서부연합회도 미주총연의 전철을 밟아 사실상 ‘분규단체’인 셈이다.

취임을 앞둔 진 씨는 김길영-이영희-안대식 회장 순의 기존 연합회의 근래 계보를 이을 전망이다.

반면 지난 2016년 기존 연합회의 행정과 선거의 문제를 지적해온 전현직 한인회장 21명은 별도의 한인회연합회를 조직했다. 시카고한인회장을 역임한 김종갑 씨가 초대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진안순 씨가 한쪽에 취임하면 시카고의 전직 한인회장 2명이 동시에 두 개의 중서부연합회를 이끌게 된다.


(2016년 새로운 미중서부한인회연합회 총회, 김종갑 초대회장 추대)

한편 이번 진안순 씨의 취임식 일정(아래 사진)에 따르면 21일 오전 9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임원이사회원회의’라는 의외의 순서가 있다. 중서부연합회 행사에 미주총연 이름의 행사가 슬쩍 끼워져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중서부연합회장으로 갓 취임한 진안순 씨를 분열된 미주총연 이사장으로, 김길영 씨를 수석부회장으로 슬그머니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진안순 씨 측 홍보자료의 일정표)

중서부연합회의 상위단체격인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역시 2011년부터 갈등과 분열, 파행을 거듭하다, 두 달 전 진안순, 김길영 씨가 지지하는 남문기 전 총연회장이 병상 가운데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실로 갈등과 분열의 악순환이다. 현재 한국정부는 미주총연을 ‘분규단체’로 지정한 상태이며 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행사 참여 또한 피하고 있다.

양분된 중서부연합회의 한쪽 단체 취임식에 시카고총영사가 참석할지 또한 주목된다. 총영사의 참석 여부는 다른 측의 반발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

진안순 씨는 시카고한인회장 재임 당시 임기 시작 7개월 만에 한국 새누리당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를 신청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인 5,364명이 투표에 참여해 당선된 당시 현직 한인회장이 한인사회와 아무런 협의 없이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몰래 신청했기 때문이다. 한인회를 향한 그의 진정성은 의심받았다.

진 씨의 시카고한인회장 임기 2년은 DACA 장학금과 연장자 참여 확대 등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화합과 통합의 리더쉽으로 대변되지는 않았다.


(진안순, 방송캡춰 사진)

지금의 중서부한인회연합회,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등 연합단체의 존립 명분과 활동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 단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우리의 응집된 역량을 발휘하여 한민족 집단의 권익을 확보하는 노력’이라고 설립 이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역량을 결집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내편 네편’으로 지역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 소송과 분규 소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가운데 분열된 중서부연합회의 한쪽 회장으로 취임하는 진안순 씨는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주목된다.

<박원정 PD>

<영상자료> 新 중서부 한인회연합회 창립, 초대회장에 김종갑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