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조용하게 미주체전 출전
미주체전이 이틀 후 시애틀에서 열리지만 시카고는 조용하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미주 한인 최대 행사에 선수모집, 후원, 홍보활동 등으로 한인사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익숙했지만 요즘 시카고는 다르다. 시카고 한인의 99%가 금주에 미주체전이 열리는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 기자 및 언론인들도 이렇게 침체된 분위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미대한시카고체육회(회장 김기영)은 지난 16일 한 라인댄스 장소에서 슬그머니 선수단 출정식을 열었다. 그곳엔 일부 언론만 자리했으며 3일 지난 오늘(19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출정식을 보도한 매체도 단 2곳뿐이다.
체전 수개월 전부터 선수선발전이 열리고 각 경기팀이 언론에 조명되며 체전을 향한 관심이 모이던 수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힘차고 뜨거운 기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시카고교차로)
시카고교차로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선수단은 11개 종목의 선수, 임원, 참관인을 합쳐 179명이다. 김기영 체육회 회장이 “목표가 종합 우승”이라고 밝혔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효자종목인 사격 부문에 시카고의 출전은 없다.
김기영 회장이 이끌었던 지난 19회 체전에서 시카고팀은 ‘종합성적 7위’라는 기록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갖고 돌아왔다. 4년 전 대회(2013년)에선 시카고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김 회장은 “시카고 체육대회를 개최해 우수선수들을 발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결국 실행되지 않고 공허한 말에 그쳤다. 후원기금 모금 활동과 한인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노력도 미비했다.
타 도시의 상황을 보면, 달라스는 7만 달러의 예산 규모로 244명(선수 213명)이 참가하며 LA는 300명(선수 250명), 뉴욕은 200여 명이 각각 출전한다.
제20회 미주한인체육대회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워싱턴주의 시애틀, 타코마, 페더럴웨이에서 분산되어 개최된다. 미주 각지역의 선수단이 금메달 658개를 포함해 총 2,315개의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지난 10년 동안 시카고의 체육회엔 내홍이 적지 않았다.
회장의 입후보 자격 논란으로 큰 풍파가 있었고, 두 개의 체육회로 수년 동안 분열되기도 했다.
2017년 2월 공석인 회장직을 직무대행을 했던 당시 부회장 김기영 씨가 무입후보에 따른 표결선출로 제20대 회장이되었다. 그러나 김 씨의 선출이 공탁금 5천 달러 규정 등 체육회 정관에 적법한 것인지 의혹이 있다.
2년 회장 임기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있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진=시카고교차로)
현 시카고체육회의 조직력과 회장의 리더쉽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동포사회의 수많은 행사에서 체육회 임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체육회의 참여와 존재감 문제를 반증한다. 체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역대 최저인 것은 안타깝게도 그 열매인 것이다.
체육회의 활동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이번 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선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길 마음 속으로 바라고 있다.
아울러 시카고체육회가 미주체전을 계기로 동포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모범적인 리더쉽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원정 PD]
** 영상자료 2013년 시카고 종합 우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