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노벨상 경제학자 제임스 로빈슨 교수가 보는 2025년 경제 전망
인터뷰: 박원정 PD
제임스 A 로빈슨(James A. Robinson)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이다. 특히 정치와 경제 발전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달 7일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 한림원에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해 대런 애스모글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함께 공동수상했다.
로빈슨 교수는 하버드 대학에서 11년간 정치경제학을 가르쳤으며 2015년부터 시카고 대학의 해리스 공공정책학원과 정치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정말 흥분됩니다. 사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당연히 제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죠. 하지만 학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압도되기도 하지만 매우 흥미롭고, 매우 기쁩니다.
▶ 현재 어떤 연구에 주력하고 계신가요?
제 연구는 세계 경제와 정치의 장기적 분화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가 왜 부유한 국가와 빈곤한 국가로 나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정치적 구조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 현재 세계 경제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는 세계가 직면한 정치적 갈등과 도전 과제들의 결과라고 봅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후로 세계 곳곳에서 민주화가 진행되었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 일부 지역, 라틴아메리카, 필리핀, 인도 등 여러 곳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제도와 경제 모델에 대한 재평가는 글로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세계적으로는 글로벌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의 많은 시민들은 그 혜택을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 트럼프 재집권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제 생각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미국 경제에 재앙입니다. 그가 당선된 것은 이 나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민주당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특히 이민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노동계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 4년의 집권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바는 그의 정책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이민 문제를 걱정하지만, 사실 이민이 일자리 감소의 원인은 아닙니다. 이민은 미국의 사회적 이동성이 둔화되고, 하위 50% 소득층의 임금이 정체된 이유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들의 원인은 다른 것들입니다. 중국과의 경쟁, 글로벌화, 제조업의 쇠퇴 등으로 일자리가 사리진 것은 증거가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계 무역의 위축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미국은 세계 무역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얻어왔습니다. 생산을 다변화하고, 예를 들어, 중국에서 더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제작함으로써 혜택을 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사라지면 제품 가격은 더 비싸질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통제가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또한 그의 감세 정책은 주로 부유층에 혜택을 주며, 이는 막대한 적자를 초래할 것입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는 경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미국의 주요 문제를 해결할 진지한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 미국 사회와 경제의 당면과제가 무엇이라고 봅니까?
미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역사적으로 기회의 나라입니다. 미국은 사회적 이동성이 매우 높았던 나라였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 수준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사회적 이동성의 수준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정신 건강과 약물 남용 같은 위기와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정체된 임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어떻게 사람들의 제도에 대한 신뢰와 미래, 그리고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다시 구축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신중히 고안된 실질적인 정책들이 실행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문제들은 크고 중요하며, 현재 사회의 방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재분배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많은 지역 노동 시장에서 소수의 고용주가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독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협상력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체를 놓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며,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주요 연구 결과입니다.
▶ 2025년의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글쎄요, 그렇게 복잡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계 무역의 추가적인 위축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확실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대한 관세 문제와 관련해서 말이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바꾸지 않았고, 이 관세는 점점 더 확대될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갑자기 공화당은 관세를 정부 재정을 늘리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합니다.
미국에서는 150년 만에 처음으로 관세가 무역세 형태로 재정 자원을 늘리는 수단으로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무역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이는 곳곳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원자재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일 것입니다. 게다가 중동,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의 지속적인 갈등이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세계 경제는 확실히 축소되고, 경제 성장 속도는 느려질 것입니다.
지정학적 긴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설득해 평화 협정을 대가로 국가의 큰 부분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도록 하려 할 것인지. 또한 이것이 우크라이나에서 정치적으로 가능할지는 저로서는 가늠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 ‘경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한 가지 나누신다면?
저는 경제를 독립적인 개념으로 보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제는 사회와 정치 체제 안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며, 별개의 독립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학계에서 경제를 정치와 사회와 분리된 것으로 간주하고 연구하는 것이 큰 오류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은 경제를 단순화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매우 순진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