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한인 연합감리교회들 교단탈퇴 내홍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3.4.28 1:15pm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개신교 교단인 연합감리교회(UMC) 교단 탈퇴가 심화되고 있다.
연합감리교단은 동성애자(성소수자) 목사 안수, 동성 결혼 주례 등 이슈에 대한 찬반 대립으로 오랫동안 내홍을 앓아왔다. (뉴스매거진 관련보도: 2019년 3월 7일)
재정행정교무총회(GCFA)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연합감리교단의 3.8%에 이르는 교회가 이 문제로 이미 탈퇴했다.
또한 루이스 교회리더쉽센터에 따르면 작년 한 해만 약 2,000개 교회가 2019년 한시적 교단법 ‘장정 2553: 교단 탈퇴∙분리 조항’에 의거해 연합감리교단에서 이미 탈퇴하거나 탈퇴 과정 중에 있다.
일리노이 북부의 연합감리교회 수는 330개에 달한다. 미국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를 포함해 한인 목회자의 수는 60명 이상이며 한인 교회는 8개로 알려졌다. 북일리노이연회(The Northern Illinois Conference) 소속이다.
이 중 교단 탈퇴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교회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네이퍼빌연합감리교회, 남부시카고연합감리교회 등 3곳이다.
5개 교회는 현재로서 잔류를 원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탈퇴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4월 교단 총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교회도 있다.
교단탈퇴 의결 5일 후, 연회가 한인목사 보직해임 전격 발표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 교인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해에 18년간 교회를 담임한 김광태 목사가 5월 1일부로 전격 보직해임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앞서 4월 18일 교인총회에서 제일연합감리교회는 68% 찬성으로 연합감리교단 탈퇴를 의결했다. (참석 272, 찬성 185, 반대 77, 무효 10)
불과 5일 후인 4월 23일 주일 1부 예배에서 연합감리교단 북일리노이연회 소속 브리타니 이삭 감리사와 이종민 회중성장담당 목사는 연회 측의 인사 결정을 전격 발표했다.
“현재로서 김광태 목사가 제일연합감리교회에 남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며 5월 1일부터 2개월간 안식 휴가를 가진 후 타 사역지로 파송된다고 알렸다.
일리노이에서 가장 큰 한인 연합감리교회가 교단 탈퇴를 결정하자, 연회 측이 5일 만에 담임목사 보직해임 인사 조치를 전격 발표한 것에 교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교인 A씨는 뉴스매거진에 “교인들의 마음이 매우 상했다”며 “연합감리교단이 담임목사를 내치면서 교단탈퇴 의지를 꺾으려는 저의로 보인다”고 원통해했다.
교인 B씨는 “먼저 목사가 UMC 잔류를 희망한 것”이라며 “교단 탈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아름답게 떠나면 좋은데, 현재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 목사의 타 교회 파송은 예견되었다”고 말했다.
언론인 C씨는 “이 사태는 일반 사회에서도 불미스러운 ‘보복성 인사’로 충분히 인식될 수 있다. 연합감리교단의 이 같은 급행 조치가 과연 그리스도적인가?”라고 뉴스매거진에 밝혔다.
또 놀라운 사실은 교인 총회에서 3분의 2가 넘는 교인이 교단 탈퇴를 찬성해 의결했음에도 북일리노이연회 측은 제일연합감리교회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삭 감리사는 “교단을 떠나는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는 ‘제일연합감리교회’를 지속할 것이며 새 목사를 파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인 D씨는 “연회가 교단 탈퇴를 막으려고 못된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주장했다.
(영상: 북일리노이연회 측의 발표 내용)
연합감리교단은 동성애자 목회자 안수와 동성 결혼 주례 등 이슈와 관련해 ‘신앙 양심상의 이유’로 교회 재산을 가지고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다만 ▶교회 총회에서 등록 세례 교인 2/3 이상이 탈퇴에 동의 ▶연회에서 정한 해당 교회의 2년 치 선교분담금을 완납 ▶해당교회 전현직 목회자 연금(pension liability)전액 지불 등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회 건물과 같은 재산의 33% 비용 등 해당 연회가 요구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금년 12월 30일까지 지불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교회 신탁 재산의 50%를 내야 한다.
제일연합감리교회 교인 A씨는 “현재 당면한 교단 탈퇴 비용은 교회 모기기 잔액 포함 360만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오는 6월 6일 열리는 북일리노이연회 총회에선 개 교회 탈퇴 여부에 대하여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교회는 앞서 탈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 교인 87.5% 교단탈퇴 동의
네이퍼빌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최기환)은 현재 연합감리교단을 탈퇴하여 전통주의교단으로 청설된 글로벌감리교단(GMC)에 가입하려고 한다.
교회 측의 최근 성명서한은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동성애자 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연합감리교회를 탈퇴하겠다”며 “북일리노이연회와 같이 진보적 색채가 강한 지역에서는 동성애 문제로 교단을 탈퇴하는 교회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금액을 청구하여 성도와 교회를 낙담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1년 예산이 25만 달러인 네이퍼빌교회는 탈퇴비용으로 192만 달러가 청구된 상황이다.
지난 23일 열린 교인총회에서 네이퍼빌교회의 연합감리교단 탈퇴 안건은 87.5%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총회에서 교인 E씨는 “성의 혼란은 동성애부터 시작되었다”며 “뻔히 들춰진 죄를 놔두고 안고 간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이단과 함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훗날에 들어보지도 못한 성을 가진 자들에게도 목사 안수를 해야 한다면 다음 세대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냐”며 교단 탈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면 교인 F씨는 “교회를 창립하고 건축하는데 교단의 역할이 막중했다. 열린 교단으로서 소수 민족과 성 소수자에 대해서 평등하게 지원해 왔다”며 연합감리교단을 옹호했다.
네이퍼빌교회에 청구된 탈퇴비용인 192만 달러엔 모기지 50만 달러도 포함되어 있다.
총 탈퇴비용 42만 달러를 청구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근교 엘름허스트의 페이스이벤젤리컬 연합감리교회와 대조된다는 의견이 적잖다.
교인들은 총회에서 “한인교회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며 공정성을 의심하며 질의했다.
이에 제프리 브로스 감리사는 “네이퍼빌교회의 모기지, 전현직 목사 연금, 목사 건강보험비, 교회재산 26%(일반적으로 33%), 연합감리교회의 선교 사역비 등이 반영됐다“고 밝히며 양측 재단위원회 협상에 참석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고 전했다.
네이퍼빌교회 교인총회에 총 88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단 탈퇴 안건은 찬성 71명, 반대 14명, 기권 3명, 87.5% 찬성으로 의결됐다.
현재 네이퍼빌교회는 다각적으로 탈퇴비용 마련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 김호근 담임목사 사임
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는 2백만 달러에 달하는 탈퇴 비용을 청구받았다.
최근 김호근 목사는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뜻을 같이한 다수의 신도들과 교회를 형성해 별도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시카고 외곽 남쪽에 자리한 홈우드 지역의 교회 건물을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연합감리교단 북일리노이연회 측은 한인교회들의 교단탈퇴와 관련한 뉴스매거진의 입장표명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북일리노이연회 측이 앞선 제일연합감리교회 김광태 목사의 사례처럼 교단 탈퇴를 의결한 네이퍼빌 교회의 최기한 목사에 인사 조치를 단행할 것인지 역시 주목되고 있다.
최기환 목사는 “미국인 교회와 한인 교회의 탈퇴 과정이 확연히 다르다. 한인 교회에 대한 인종차별을 느낀다. 우리는 하나님이 그들보다 위에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다”고 뉴스매거진에 밝혔다.
교단 탈퇴를 지향하는 복수의 한인교회 관계자들은 향후 언론을 통한 홍보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심화된 연합감리교단 탈퇴 사태에 시카고 지역 한인 교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탈퇴 과정 속에서 진리와 믿음, 사랑의 기독교 본질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은성 전 시카고지역한인교역자회 회장은 현 상황을 우려 가운데 잘 살피고 있다며 “만약 교단 탈퇴가 결정되었다면 교인들이 흩어지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어 계속해서 교회의 역할을 잘 이어가길 바란다. 투표로 결정된 사항인 만큼 찬반 양측의 교인들이 감정적으로 서로를 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뉴스매거진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