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 리포트] 힐링 일리노이 - 한인 역사와 문화, 세대를 연결하다
사진, 글: 박원정 PD
미주 한인의 역사와 문화, 세대를 잇는 특별한 행사가 시카고에서 열렸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과 미중서부한국학교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한인 이민자 이야기 – 힐링 일리노이’가 19일 시카고한인문화원 비스코홀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일리노이 복지부가 인종 및 사회적 화합을 위해 기획한 ‘힐링 일리노이(Healing Illinoi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공동 주최한 두 한인 기관 포함 총 204개 기관이 참여하고 올해 45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주(州) 차원의 프로젝트이다.
김병석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대표는 개회사에서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는 행사”라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세대 간 연결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은 할리 김 레익카운티 재무관이 맡았다. 그는 “처음부터 위대한 정치가가 되려던 건 아니었다. 애완용 닭 사육 허가를 받기 위한 운동이 정치 활동의 시작이었다”며 자신의 정치 입문기를 소개한 뒤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공직에 나서야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청소년 역사 컨퍼런스’였다.
예선을 통해 선발된 16개 한인 청소년팀들이 지난해 발간된 ‘청소년을 위한 미주 한인사’ 교재를 기반으로 직접 기획한 역사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였다.
올해로 2회 째를 맞은 본 프로그램에는 시카고에서 샴페인, 세인트루이스, 미네소타에 이르기까지 총 11개 한인 교육기관 소속 청소년 67명이 참가했다. 참가 학교는 ▲그레이스무궁화 한국학교 ▲글렌브룩노스 고등학교 ▲대건 한국학교 ▲드림 한국학교 ▲미네소타한인회 한국학교 ▲불타 한국학교 ▲샴페인푸른나무 한국학교 ▲세인트루이스 한국학교 ▲에임즈 한국학교 ▲포도원 한국학교 ▲하상 한국학교 ▲KCC한국사랑 한국학교 등이다.

한지은 미중서부한국학교협의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청소년을 위한 미주 한인사 교재를 집필하면서 꿈꿔왔던 것이 오늘 같은 장면”이라며 “청소년들이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과 환경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고,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미래를 향해서 큰 걸음을 걸어 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한인 커뮤니티의 세대 간 소통과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어졌다.
한인 1세, 1.5세, 2세, 청소년, 피입양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들이 각자의 경험과 시선에서 사회 이슈를 풀어냈다.
패널은 앤드류 홍 교사, 줄리 도르 상담가, 단애 코박 모 단체의 대표, 안종현 변호사, 김한결 군 등 5인이며, 진행은 고은경 교수가 맡았다.

행사 후반에는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의 지도로 참석자들이 장구, 꽹과리, 북 등 한국 전통 타악기를 직접 배우고 함께 연주하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악기를 손에 쥐고 장단을 맞추며 자연스레 하나가 되었다.
문화 체험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화합을 이끌어낸 이 순서는 전통문화가 커뮤니티 내 소통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모습이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청소년 역사 컨퍼런스’ 수상팀 발표로 장식됐다. 영예의 1위는 샴페인 푸른나무 한국학교 소속의 ‘뿌리깊은나무’팀이 차지했다.
‘뿌리깊은나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하며 미국 내 아시아계 군인의 위상을 높인 한인 김영옥 대령을 조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발표했다.
[우승 팀 멤버들의 소감: 이재현 –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김영옥의 역사는 매우 흥미로웠다. / 옐리나 – 이 프로젝트는 재밌었고 김영옥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 에릭 신 – 친구들과 락인(Lock-In)까지 하며 완성할 수 있어서 성취감이 있었다. / 줄리아 민 – 김영옥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당당했다. 그를 본받고 싶다.]
이번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 – 힐링 일리노이’는 미국 중서부 한인의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며 공동체의 뿌리를 되짚고 미래를 함께 꿈꾸는 뜻깊은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