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 초청 박이웅 감독
창립 10주년을 맞은 시카고의 제19회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에 작품 <아침바다 갈매기는>으로 초청된 박이웅 감독을 만났다. 뉴스매거진의 박원정 PD가 인터뷰한 박이웅 감독의 답변을 하나의 소개글처럼 정리했다. – 편집자 주 –
박이웅 감독 – 이번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보험사기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사회의 특정한 현실들이 은유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시면 좀 더 흥미롭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의 톤이나 내러티브는 장르영화처럼 특별히 극적이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 같다는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배우들의 연기와 상황 설정이 꽤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꽤 극적이죠. 그런 극적인 이야기와 리얼리즘이 잘 섞여서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연 윤주상 배우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어요. 이전에 해오셨던 따뜻하고 코믹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굉장히 강하고 복잡한 캐릭터예요.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인물을 끝까지 몰입해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윤주상 배우가 가진 친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그런 점을 보완해 줬고, 그래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양희경 배우와의 호흡도 정말 좋았어요. 두 분이 친분이 있어서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윤주상 배우가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민할 때마다 양희경 배우가 “더 세게 해, 이렇게 해봐” 하시면서 도와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현장에서 마음이 편했고 두 분의 케미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어촌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단순히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실제 바다에서 촬영하는 건 매우 위험하고 힘든 일이었지만 그 위험한 환경이 곧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조건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거칠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또 따뜻함과 인간적인 면이 보이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죠.
영상미를 일부러 과장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워크도 절제하면서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도 오히려 담담하게 담으려고 했어요. 촬영 장소도 쇠락해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신중하게 골랐고 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이 영화가 제게 주는 울림은 관객들의 다양한 해석이에요. 제가 의도한 바도 있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저마다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시거든요. 제가 만든 이야기가 그분들 안에서 더 풍성해지고 완성되어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감독으로서 제 컬러는 특별한 기법보다 ‘평범한 인물이 특별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나옵니다. 그 인물이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이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구나’하고 공감하게 되는 거죠.
제 아내(정주리)도 영화감독이거든요. 영화감독 부부로서의 장점이라면 시나리오를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서로가 마지막 검토자 역할을 해주는 거죠. 많은 이들과 상의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해요.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답하자면 –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가 꿈이었고 그땐 헐리우드 영화, 가령 인디아나 존스 같은 장르영화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세상에 대한 이해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돼 있습니다.
제19회 아시안팝업시네마 영화제에서 시사회 후 질의응답 중인 박이웅 감독
사진=박원정 뉴스매거진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