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지망생 나수현, 10년 후 오페라 가수로 우뚝서다

국제적 명성의 시카고 리릭오페라에서 프로페셔널 영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한인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Gemma Nha, 한국 이름으로는 나수현입니다.

나수현은 시카고 리릭오페라의 라이언센터 소속 영 아티스트로서 지난해(2024년) 9월 리릭오페라의 리골레토 공연에서 페이지 역으로 시카고 데뷔를 장식했고 이어 11월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바리나 역으로 활약했습니다. 올 4월 현대 오페라인 마졸리의 더 리스너스에선 제스 역을 맡습니다.

[나수현 – 정말 영광입니다. 미국 4대 오페라단 중 하나인 시카고 리릭오페라입니다. 이런 대단한 오페라하우스에서 정말 유명한 성악가들과 함께 데뷔한 게 너무 영광스럽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1살 때 호주로 이민 간 나수현은 초등학교 4학년 교내 합창단을 계기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나수현 – 저는 호주에서 자랐고 대학 1학년에 호주 시드니 음악원을 다녔다가 2학년 때 비엔나에 있는 비엔나 국립음대로 전학을 갔어요. 그래서 거기에서 코비드 사태 동안에 머물면서 학사를 마치고 최근에 뉴욕의 줄리아드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

세 나라를 넘나들며 일류 음악원들을 거쳐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무대에 서는 그에겐 대부분의 클래식 성악가들과 완전히 차별되는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한때 케이팝 스타 지망생이었다는 것. 그는 2014년 한국 SBS 방송의 ‘K팝스타 시즌 4’를 통해 수개월간 한국 TV방송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나수현 – 노래를 시작할 때는 싱어 송 라이터 쪽으로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도 조금 했지만 팝 음악을 많이 불렀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가수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케이팝스타’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면 길이 조금 더 클리어하게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하게 됐어요.]

K팝 스타 탈락 후 나수현은 호주 맥도날드 칼리지 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대학부터는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3년 후인 2018년에는 호주 채널 9번 방송의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에 출연해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줄리어드 대학원 재학 중에 참가한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선 우승의 영예를 안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나수현 – 결선까지 올라간 성악가들이 다 너무 잘하는 분들이었고 그래서 많이 긴장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놨습니다. 우승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좀 놀랐어요. ]

대중음악 오디션 출연자가 성악으로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것은 클래식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입니다.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꼽습니다.

[나수현 – 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다재다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녁에는 오페라를 부르고, 다음 날에는 뮤지컬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또한 오페라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공연자가 더욱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또 하나 제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종종 들었던 말은 제가 음악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저는 작곡가들이 음악을 쓰는 방식과 가사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발견해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박원정 PD: 현재 어떤 꿈을 갖고 계십니까?]

[나수현 – 조금씩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 예술과 음악을 공연하고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것이 유럽이든, 호주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말이죠. 공연하는 것 자체가 제 가장 큰 꿈이며, 특히 제 두 고향인 한국과 호주에서 리사이틀을 열거나 오페라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폭넓은 음악적 기량을 가진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나수현은 올 4월 시카고 리릭오페라의 현대작 더 리스너스 공연으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릅니다.

시카고에서 뉴스매거진 박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