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한인회장선거, 김빠진 선거로 가나
– 저조한 매체 홍보, 고조되지 않는 분위기
– 논란의 후보자 서약서에서 표류
– 후보자 토론회와 투표소 설치 쟁점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5.2.25 6:46pm
조용한 경선이다.
제37대 시카고한인회장 선거는 과거와 달리 고조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인사회에서 선거 관련 홍보물을 보기 어렵고, 뜨거운 기자회견이나 이슈 몰이도 없다. 언론의 적극적인 선거보도도 감소하는 추세이며 후보자의 인터뷰조차 드물다.
이번 선거에 정강민 전 시카고체육회장과 허재은 시카고한인회 부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 회장은 4일, 허 부회장은 14일 각각 공식 출정식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28일 후보 등록 후 정식 입후보하기 전까지는 누구나 ‘예비후보’ 신분이다.
홍보 부족, 한인사회 관심 저조
선거가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비후보들은 최근 언론 매체에 광고를 내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아직 대부분의 언론사와 선거광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일부 한인 단체 행사를 방문하며 양측 후보자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과거 경선에서 볼 수 있었던 뜨거운 열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 않다.
시카고한인회장 선거 자체와 예비후보에 대해 모르는 한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양 캠프는 언론이나 홍보물을 통한 알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선거에 비해 후보자들이 홍보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2007년 제28대(6,321명 투표), 2015년 제32대(5,364명 투표) 선거처럼 높은 관심과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던 과거와 대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번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인들의 투표 참여율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관위 일정 미스로 인한 혼란
투표일은 3월 8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이번 주말이 되어서야 공식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장기남)가 후보 등록일(2월 28일)과 투표일(3월 8일) 사이를 불과 일주일 남짓으로 잡았다. 입후보 서류 검증에 시간이 걸릴 수록 공식 후보로서의 선거운동 기간은 수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줄어든다. 경선을 대비하지 못한 선관위의 짧은 일정 설정은 후보자들에게 충분한 홍보 및 준비 시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실책으로 지적된다. 그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토론회와 투표에 대한 홍보를 하기에도 제한된 시간이다.

이번 선거를 과거 선거 일정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제28대(2007년): 입후보 5월 18일, 투표 6월 2일 (15일 기간)
– 제32대(2015년): 입후보 6월 29일, 투표 7월 19일 (20일 기간)
– 제37대(2025년): 만약 등록일에 입후보하면 2월 28일, 투표 3월 8일 (최장 8일, 짧은 기간)
이 같은 짧은 일정으로 인해 후보자 후보번호 추첨, 정견발표회, 투표소 관리 및 선거 집행 등 선거 절차 전반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인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한인사회의 축제의 장으로 경선이 설지 의문이다.

논란의 ‘서약서’ 문제
현재 선거는 ‘서약서’ 문제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입후보 서류 중 하나인 서약서는 후보자가 선거 절차 및 규정을 준수하겠다 서약하는 공식 문서다. 당초 선관위가 제시한 원안에는 홍보에 있어 선관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도한 규제가 포함되고 여러 모호한 규정이 있어 논란이 되었다.
이에 따라 선관위와 양 예비후보 측은 두 차례(2/20, 2/24) 조율을 시도했으나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6일 다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미지수이다. 투표소 선정, 후보자 토론회, 선거관리비 집행, 교통편 제공 등 이슈가 확정되길 바라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과거처럼 사퇴의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뉴스매거진 관련보도 (2/20) https://youtu.be/DaJVeT7beGM)
후보자 정견 발표회(토론회)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언론·방송을 통해 진행할 것인지, 한인 기관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토론회 불참이 당선 결격 사유가 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한편, 투표소 운영과 관련해 시카고 한인들이 설립한 문화원에서 대관료를 지불하고 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간과할 수 없다. 유권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투표소를 마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선거 당일, 선관위가 원활한 투표소 운영을 통해 혼란을 방지하고 절차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축제의 장인가, 아쉬운 선거인가
시카고의 한인회장선거는 단순한 지도자 선출을 넘어 한인사회가 결속하고 공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축제의 장으로 여겨져 왔다. 다양한 후보들이 비전을 제시하고 한인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토론과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투표를 10일 앞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은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아직 서약서 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는 역대 한인회장 선거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선거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축제로 자리 잡아야 할 한인회장 선거가 홍보 부족에 따른 관심 저조와 절차적 문제로 인해 그 의미를 잃어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원정 PD]
매우 대조적인 10년 전의 시카고한인회장 선거
(김학동 vs 서진화 vs 진안순)
뉴스매거진이 제작한 [2015년 시카고한인회장 경선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