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와 다재다능’ 박유리 양, 하버드대학 조기 전형 합격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2024.12.17 7:15pm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문화 및 봉사 활동을 펼치는 학생이 명문 하버드대학에 조기 전형으로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호프만 에스티잇 소재 코난트 고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유리 양(17, Crystal Park)이다. 박 양은 졸업 후 하버드대에 진학해 동아시아학과 정치학(East Asian Studies and Government)을 전공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웹사이트에서 합격 사실을 확인한 박 양은 “너무 기뻐서 울었어요. 하버드는 7살 때부터 막연하게 품었던 꿈의 학교였습니다. 많은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이어 “늘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으로 함께 해주신 부모님 때문에 가능했어요. 또한 어릴 적 외할아버지께서 ‘우리 손녀가 하버드에 합격하면 내가 장기를 팔아서라도 학비를 대주겠다’고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어 매우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박유리 양은 미스터 김치, 소주사랑, 산 등 인기 레스토랑의 사업가인 박태교 씨와 시카고한인여성회의 교육부장으로 활동하는 허은영 씨 사이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기자가 확인한 박 양의 학업 성취도는 뛰어났다. 고교 3년의 성적증명서는 A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GPA 4.0 만점을 기록했다. 또한, 아너스, AP 수업 등 가산점이 적용된 가중평균(weighted GPA)은 5.037에 달했다. 코난트 고등학교가 이제는 공식적인 석차를 발표하지 않지만, 박 양의 성적은 전교 1등 수준에 해당한다고 한 학부모는 전했다.
박양의 SAT 점수는 요청에 따라 기사에 공개하지는 않지만, 하버드 입학생 평균 SAT 점수보다 높다.
학업뿐 아니라 학내외 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코난트 고등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활약했으며, 아시안 연대(AAPI Alliance)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아 아시안 학생들의 문화∙권익활동을 이끌었다. 또한, 모델 UN을 포함해 7개 이상의 교내 단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체육 분야에서도 열정을 보였다. 교내 농구팀 선수로 뛰었고 남자 라크로스팀에선 ‘매니저’로 일했다. 3년간 태권도를 수련하며 검정띠를 따기도 했다.
기자가 특별하게 보는 것은 박유리 양의 한국문화 예술활동과 봉사활동이다. 시카고 한인사회를 25년 동안 취재하면서 박 양보다 지역 한인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학생을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박유리 양은 한반도 밖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두 한국 전통문화예술 단체에서 각각 10년 이상 활동하며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시카고한국무용단(단장 이애덕)에서 2013년부터 청소년 무용수로서 미국과 남미에서 다양한 전통무용 공연을 선보이며 전통예술을 미국 주류사회와 해외에 선보였다. 또한,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대표 김병석)을 통해 풍물의 모든 악기를 섭렵하고 가야금까지 연주하며 신명나는 한국 전통음악의 매력을 널리 10년에 걸쳐서 전파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에 반한 박 양은 이 같이 말했다. “한인으로서 저의 뿌리를 알며 미주 한인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문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계승하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박 양은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독창적인 예술 작업에도 힘썼다. 올여름 열린 시카고한인축제에서는 작곡가와 협업해 제작한 K-pop 곡을 선보이는 공연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창의적인 무대를 선사해 신선한 감동을 안겼다.
[공연 영상] 박유리 X 다샤 K – 아리랑 K 팝
2023년엔 시카고대학에서 열린 제9회 한국전통예술경연대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한 무용으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유리 양은 시카고한인문화원 청소년대사로도 활동하며 수많은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로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시카고한인여성회 청소년위원회와 두 곳의 인권단체에서 청소년 리더로 활약하며 지역 사회와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스카우트 멤버 활동으로서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진 의자를 제작했다. 박 양은 여성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어려움을 세상에 알리는 활동에 각별한 마음을 쏟으며 여성 인권행사에 참가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의식을 확산시키는 데 힘써왔다.
그녀는 자신이 받은 많은 기회와 좋은 환경에 감사하며 이를 사회에 돌려주고 봉사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하며 “아직 구체적인 진로는 정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외면받는 이슈를 주목하며 남을 돕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드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꿈을 말했다.
다양한 봉사 및 과외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녀는 시간을 내기 위해 어려서부터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실천해왔다. 이 습관은 학업과 활동을 병행하며 최상의 성과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결국 하버드대학 합격의 비결이 되었다.
지난 2024년 기준 하버드대학의 정시 합격률은 3.59%다. 총 5만4008명이 지원해 1927명이 합격 통보를 받았다. 조기 전형에선 총 7921명 지원자 중 682명이 합격했다.
세계 톱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는 월등한 학업성취도로만 학생을 뽑지 않는다. 우수한 성적은 기본이지만 나아가 다방면에서 뛰어나거나 높은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매해 선별하고 있다.
시카고 한인사회에서 하버드대에 진학하는 뛰어난 한인학생들의 소식을 종종 듣곤 한다. 분명히 각각 고유의 훌륭함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재일 것이다.
박유리 양의 이야기는 단순히 월등한 학업 성취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의미로 특별하게 부각된다. 그녀는 여러 해 동안 한인 사회와 깊게 호흡하며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천명해왔다. 동시에 어려운 이들의 목소리가 되며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귀감이 되고 있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인사회에 희망과 흐뭇한 영감을 전해주는 우리 청소년들의 스토리가 앞으로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