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 시카고에서 인터뷰
인터뷰: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시카고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새 한국실의 개관을 기념하며 보물 제339호 신라 서봉총 금관, 제635호 서봉총 금제 허리띠, 책가도를 포함한 유물 14점을 대여했다.
시카고미술관이 7일 개최한 한국실 오프닝 리셉션에서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을 총괄하는 고대사 연구 전문가로, 박물관 운영과 문화유산에 정통한 인물이다.
다음은 김 관장의 인터뷰 답변이다.
시카고 전시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기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시카고는 1893년 만국박람회를 통해 우리가 세계와 처음으로 만난 곳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작은 규모의 전시라도 최선을 다해 우리 문화를 알리려 했습니다. 이곳은 한국이 세계와 교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서봉총 금관과 금제 허리띠 같은 특A급 문화재를 대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1,500년 전, 신라는 금으로 왕관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세공 기술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나라였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조명할 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며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해외 지원 사업
“과거에는 행정적 차원의 한국 관련 전시나 한국실 지원이 많았다면, 이제는 ‘장소성’을 중요하게 여기며 전시 기획 초기 단계부터 큐레이터들이 세심하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시카고가 그 첫 사례로, 한국실 확장 시기에 맞춰 ‘한국문화가 강한 문화’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 보물을 중심으로 전시를 지원했습니다.”
“단순히 유물 대여에 그치지 않고, 인적 자원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시카고미술관에는 한국미술 전담 큐레이터인 지연수 씨가 근무 중인데, 우리는 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재교육도 병행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해외사업에서 교육 프로그램이나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과 새로운 도전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이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이후에도 전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관람객 감소를 겪는 가운데 이룬 성과로, 프랑스 루브르를 포함한 대형 박물관들도 여전히 예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가 박물관으로, 국민의 세금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우리의 성과는 국민과 국가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민족문화와 전통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국제화를 통해 세계에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발 빠르게 디지털화를 이뤄 디지털 박물관을 구축했으며, 지속적으로 디지털과 AI를 접목해 한국 문화유산을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할 계획입니다.”
미래를 향한 문화 전파의 발판
“시카고 한인 사회가 한국문화 계승과 전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시카고미술관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규모 면에서 제한이 있지만, 밝은 분위기의 한국적 특성을 잘 살려 구성됐습니다. 미술관의 기존 일본실과 중국실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강한 한국 문화의 현대 역량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람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며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나은 전시를 선보이고, 한국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 프로필]
김재홍 관장은 경북 영천 출신(59세)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약 20년간 재직했으며,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 한국학연구소장, 명원박물관장을 역임하며 학문적 연구와 교육에 힘썼다.
그는 한국상고사학회장,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설립위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으로도 활동하며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2024년 7월 윤석열 대통령 임명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취임한 김재홍 관장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박물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