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다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4.10.22 6:50pm

“왜 영화를 만드십니까?”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일본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그렇죠, 그렇긴 하네요. 뭘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저에게 여전히 미스터리예요. 모르는 것이 많아서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아마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30년 동안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동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60회 시카고국제영화제는 히로카즈 감독에 ‘커리어 공로상’을 수여하고 특별 회고전으로 그의 6개 작품을 상영했다. (원더풀 라이프(1998),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태풍이 지나가고(2016), 어느 가족(2018), 브로커(2022))

히로카즈 감독의 시카고영화제 수상은 1995년 골드휴고 작품상과 2023년 골드 Q 휴고 상에 이어 세 번째다.

뉴스매거진과 인터뷰 하는 히로카즈 감독 (사진=시카고영화제 제공)

18일 진시스켈 필름센터에서 열린 레드카펫에서 히로카즈 감독은 뉴스매거진에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상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다. 게다가 6작품이나 상영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커리어 투 커리어’와 관련된 상을 받게 된 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오랫동안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쩐지 이제 슬슬 만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조금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미미 플러쉐 시카고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은 뉴스매거진에 “히로카즈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하나”라며 “그는 섬세함과 감성의 스토리텔링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임에도 세계적인 공감을 이루고 있다”며 호평했다.

Q&A: 플러쉐 예술감독과 히로카즈 감독 (사진=박원정)

1987년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초창기에 TV 다큐멘터리 연출가로 활동하며 사회성을 반영한 다수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5년 첫 영화 ‘환상의 빛’을 선보이며 베니스국제영화제 OCIC상을 포함해 다양한 영예의 상을 받으며 탄력있는 영화 커리어를 시작했다. 30년에 달하는 기간에 총 16개 필모그래피에 걸쳐 70개 넘는 영화제 상을 수상했다.

특히 칸의 영예로도 유명하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제66회 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을, 2018년엔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2023년엔 ‘괴물’로 각본상을 각각 수상했다. 그가 감독한 2022년 영화 ‘브로커’는 에큐메니컬상에 이어 주연 송강호에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겼다.

송강호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히로카즈 감독은 “스태프와의 소통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철저한 고집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송강호는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연기는 단 1초라도 영화에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항상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엄격함이 그의 커리어를 그 높은 위치로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그에게서 무언가를 끌어냈다기보다는 외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인 브로커는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출연의 영화로 베이비박스와 미혼모, 인신매매 등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진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그는 “스태프들과 캐스트를 포함해 새로운 만남이었다.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에서 언어를 뛰어넘어 어떻게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도전했다. 내 커리어의 시점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BROKER 예고편

섬세한 인간 관계와 감정의 묘사,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이 히로카즈 감독의 특징으로 부각된다. 다수의 작품에서 과장된 연출이나 극적인 반전보다 일상적인 사건 속에서 깊은 감정과 메시지를 끌어냈다.

그의 작품엔 종종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나 주변부의 삶(marginal life)이 묘사된다. 영화마다 아동들이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히로카즈 감독은 시카고국제영화제의 ‘브로커’ 상영 후 질의 응답에서 “배우에게 감독으로서 원하는 것을 주입시키기보다는 그가 가진 전부를 넘어 120%까지 발휘하게 해주고 싶다”고 영화제작의 철학을 밝혔다.

_박원정 PD

관객과의 대화 중 미소를 보이는 히로카즈 감독 (사진=박원정)
영화 ‘아무도 모른다’ 시사회 후 질의 응답 (사진=박원정)
커리어 공로상을 수상한 히로카즈 감독 (사진=박원정)
시카고국제영화제의 히로카즈 회고전
박원정 PD와 히로카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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