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구 변호사의 법률 포커스] 일리노이주 이혼제도의 변화
일리노이주 이혼법률 제도의 변화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결혼의 전제 조건은 두 사람 사이의 동의입니다. 즉, 결혼은 두 사람 모두 동의해야만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의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자명한 것입니다.
만약 두 사람의 동의 없이 결혼을 원하는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도 결혼이 허용된다면 개인의 인권침해는 물론 엄청난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반면 서로 동의하에 결혼한 부부라 하더라도 두 배우자 중 어느 한쪽이 더 이상 결혼관계를 이어갈 마음이 없어진 상황에서 다른 한쪽의 배우자가 결혼관계를 지속하길 원할 경우 과연 이혼을 허용해야 하느냐?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일리노이주 입법부의 대답은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 이고 2016년 개정된 일리노이주 이혼법률제도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제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 공부할 때만 해도 일리노이주에서는 이혼사유가 무려 10가지나 되었고 이것을 모두 외우느라 고생하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즉,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할 필요가 없는) No-fault divorce 에 해당하는 Irreconcilable Difference 또는 성격차이로 알려진 이혼사유 외에도 두번째부터 열번째까지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한 fault divorce 사유들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상대편의 도덕적 잘못이나, 경제적 무능력, 무단가출, 마약이나 알콜중독, 정신적, 신체적 학대 및 결혼생활 유지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배우자의 신체적 결함 등의 결격사유들이 열거되어 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격차이에 해당하는 Irreconcilable Difference 가 아닌 한, 이혼 소송에서 상대편의 잘못을 입증하는데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고, 상대편 배우자는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진흙탕 같은 다툼이 이어지는 것이 흔하기만 한 이혼법정의 모습이었습니다.
이혼은 양측이 서로의 갈등이 고조되어 결별을 선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날카롭고 충돌이 쉽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여기에 더해서 상대편의 잘못까지 입증해야만 하는 이혼제도에서는 소위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상대편의 잘못을 입증하여 결혼 파탄의 원인이 내가 아닌 상대편에게 있다는 것을 법원 판결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 받겠다는 복수심까지 개입되는 구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혼 소송은 일단 시작하면 3년 정도는 기본이고 이혼소송이 끝나고 나면, 양측 모두 막대한 변호사비를 지출하게 되기 때문에 양측이 결별하려는 본질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 버리고 변호사들 좋은 일만 시켰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일리노이주에서의 이혼사유는 상대편 배우자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Irreconcilable Difference 하나만 남게 되어 서로 상대편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은 이혼의 본질이 아니라, 자녀에 대한 양육권 (양육비), 재산분할 및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배우자에 대한 경제적 보조 등과 같은 이혼판결에 필요한 보다 실질적인 사안들에 집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경전을 덜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혼판결 시점에 2년간의 별거기간을 필요로 하던 요건도 (Irreconcilable Difference 가 이혼사유인 경우에만 해당되는데, 양측이 합의할 경우 6개월로 별거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없어져 이러한 별거 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대편의 잘못을 근거로 이혼소송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Irreconcilable Difference 가 있다고 주장하는 배우자와 없다고 주장하는 배우자의 주장이 맞설 경우 6개월 동안의 별거 자체가 “irreconcilable difference / irretrievable breakdown of marriage’ 의 증거로 인정됩니다.
또한 과거에는 별거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가 따로 나가 살만한 형편이 되지 않아 이혼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결혼생할을 지속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별거의 개념을 서로 다른 집에서 떨어져 사는 것으로 국한하지 않고 한집에 거주하더라도 부부로서의 유대감 없이 서로 각자의 생활을 영위한다면 별거로 인정함으로서 앞서 예를 든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운영의 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두 배우자 중 한사람이라도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면 이혼이 성립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흔히 난 이혼할 생각도 없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이혼해야 하느냐고 억울해 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또는,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며 억지에 가까운 오기와 복수심을 불태우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기와 복수심 또는 억울함 이전에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근원적으로 배우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구속하여 내 곁에 묶어둘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록 법적인 배우자라 하더라도 여전히 상대편은 스스로의 신체와 인격이 구속되지 않을 가장 근본적인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는 두 사람 중 한사람이 결혼을 원한다고 해서 다른 한사람의 동의 없이 결혼이 성립될 수 없는 이치와 동일 한 것입니다. 부디 복수심과 오기로 상대편을 놓아주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배우자분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다만, 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배우자라면 너무 서운하게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여전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의 작별을 하는 것이지만 상대편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떠나는 것일 테니까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헤어짐이라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싶으시겠어요? 아니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떠나고 싶으시겠어요? 저라면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당신을 응원하며 위로하고 싶습니다.
이상 일리노이주 이혼법률 제도의 근원적 변화에 대해 살펴 보았는데, 다음 시간에는 변경된 이혼법률 제도에 따른 실무적 접근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진구 법무법인 고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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