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시카고심포니와 베토벤 협주곡 3번 협연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3.2.12. 3;34pm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연주했다.
지난해 5월 헨델 모음곡 독주회로 시카고 심포니센터 데뷔를 장식했던 조성진은 8, 10일 양일에 걸쳐 뉴질랜드계 객원 지휘자 젬마 뉴가 이끈 시카고 심포니와 협연으로 호흡을 맞췄다. 조성진과 뉴는 같은 매니지먼트(Primo Artists) 소속이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베토벤이 귓병 발병 초기에 쓴 곡이다. 1796년 스케치로 시작되어 1800년이 돼서야 1악장이 완성됐으며 초연은 1803년에 이뤄졌다. 초연 당시 베토벤이 즉흥연주로 카덴차를 연주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무려 110 마디에 달하는 긴장감 있는 긴 서주부에 이어 조성진은 힘찬 C단조 스케일을 옥타브로 다이나믹하게 끌어올리며 솔로의 주제를 제시했다.
이윽고 조성진은 특유의 세련미와 정교함이 돋보이는 타건으로 곡을 전개해갔다.
꿈결같이 여린 아르페지오와 서정적이고 우아한 트릴에서 멋스러움이 한껏 나타났으며 그의 섬세함이 아름답게 드러났다.
1악장 말미의 카덴차에서 조성진은 유연하고 농밀한 표현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만 젬마 뉴가 이끈 전체 음악의 밸런스는 아쉬움을 남겼다. 무용을 하듯 독특한 모션으로 시종 지휘한 뉴질렌드계 여성 지휘자 뉴는 1악장에서 많은 부분 조성진의 피아노를 압도하는 사운드를 빚어내 ‘옥에 티’가 되었다.
E장조로 시작한 제2악장 라르고에서 조성진은 장중함 가운데 부드럽고 온화한 풍미의 음악을 펼쳐나갔다.
건반을 폭넓게 오르내리며 완벽한 컨트롤 가운데 베토벤의 감동적인 상념을 표출해나갔다.
제3악장 론도에선 활기참 가운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주고받음을 매력적으로 부각시키며 곡에 녹아들었다.
조성진은 처음 장중한 단조의 시작과 대비되도록 3악장은 밝은 멜로디로 긍정의 희망감을 다이나믹하게 표출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10일 연주회에서 조성진은 관객들의 거듭된 기립박수에 앙코르곡으로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제3악장으로 화답했다.
2015년 22세 나이에 쇼팽 콩쿠르를 우승한 조성진은 올해 서른 살이 된다.
조성진은 “한 해 동안 100회 넘게 연주한 것 같다. 번아웃이 올까봐 조절은 하지만 연주가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발견하려고 늘 노력한다. 무대 경험이 중요하기에 연주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1891년에 창단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늘 세계 톱 3~5 랭킹에 꼽히는 세계 최정상급 교향악단이다. 최근 다수 매체들은 미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인정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카고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지낸 명지휘자 리카르도 무티(82)는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현재 명예 종신 음악감독으로 추대되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쇼팽 콩쿠르 우승 경력의 조성진의 시카고 심포니 협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관객의 과반수 이상이 한인으로 보였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시즌 시카고 심포니는 조성진과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할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3년 연속 시카고 심포니와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다.
뉴스매거진의 취재에 시카고 심포니 측은 공식적인 확답을 주지 않은 가운데, 2월 28일에 새 시즌 발표가 있을 전망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설에 맞춰 열린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 직전에는 심포니센터와 시카고한인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한 설 문화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정우성 대금연주가의 연주, 차례 시연, 세배, 공작, 한식 다과 등 다채로운 순서로 장식됐다.
(사진: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