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시카고 찾은 국립합창단, '흥겨운 합창 여행' 무대 선보여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3.9.24 5:21pm

대한민국 국립합창단의 시카고 공연이 22일 휘튼대학교 에드먼 메모리얼 채플에서 열렸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립합창단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미국을 순회하며 ‘흥겨운 합창 여행’ 제하의 연주로 이날 무대에 섰다.

국립합창단은 그리움을 담은 조혜영의 가곡 ‘못 잊어’로 막을 연 후 올해 초 전미합창지휘자협회(ACDA)에서 선보였던 3곡 ‘어기영차’(우효원 곡), ‘세노야’(조혜영 곡), ‘쾌지나칭칭나네’(오병희 곡) 등 한국 현대곡을 연주했다.

이어 80년대 후반 팝송인 ‘From A Distance’을 부르고 ‘대장간의 합창’(일 트로바토레), ‘축배의 노래’(라 트라비아타), ‘네순도르마(투란도트) 등 유명 오페라곡으로 장식했다.

다채로운 클래식 테마를 엮어 만든 ‘비바 클래식’(오병희 곡)을 코믹한 무대연출을 곁들여 피날레를 장식했으며 ‘괜찮아요’, ‘쉐난도의 강’, ‘아리랑’ 등 세 앙코르 곡으로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곡 From A Distance의 마지막 부분을 부를 때

윤의중 예술감독은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21년 만에 시카고에서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쳐 기쁘다”며 “미국인들에게 한국합창의 우수성을 보이기 위해서 한국 가곡과 한국 민요를 불렀고 한인 동포들을 위해선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곡들로 선곡했다”고 밝혔다.

휘튼 대학의 연주회를 기획한 토니 페인 휘튼대 음악대학 교수는 “이 공연장의 40년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공연 중 하나였다”며 “합창단의 힘과 열정, 기쁨, 능력은 이 지역에서 들었던 것 중 가장 뛰어났다. 일리노이에 온 ‘코리아’를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미국인 관객 타바타 드레이크 씨는 “들으면서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깊게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루크 호스텔러 씨는 “턱을 강타한 듯 놀라웠다. 모든 솔로이스트가 훌륭했고 합창단 소리가 잘 융합됐다. 지금까지 보았던 연주에서 가장 뛰어난 합창단 중 하나”라고 관람 소감을 말했다.

국립합창단의 시카고 음악회를 후원하며 홍보를 도왔던 시카고한인회의 최은주 회장은 “이렇게 훌륭한 합창단이 와서 감개무량하다. 특히 ‘어기영차’를 부를 때는 신나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국립합창단 연주회는 총 70분 길이의 비교적 짧은 연주회였으며 합창단은 앙코르곡 포함 전 12곡을 암기해 악보 없이 노래했다.

이번 연주회는 음악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일반 관객을 타깃으로 한 대중적 프로그램 구성으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합창단의 미국 순회 공연 목적에는 음악을 통한 ‘공공외교’를 포함하고 있다.

다른 전문 합창단의 공연과 차별화가 된 점은 총 8곡에서 솔리스트가 등장했다는 것. 곡 중에서 다양한 솔리스트의 활용은 볼거리와 음악적 대조를 더했다. 윤의중 예술감독은 지난 2월 뉴스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국립합창단의 장점 중 하나가 솔리스트와 앙상블적 기능을 겸비한 단원이 다수여서 다채로운 솔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연 일정이 늦게 확정돼 지역사회에서 홍보가 늦게 시작됐다는 점, 시카고 외각 소재 휘튼시의 원거리 등 요인으로 2천4백 석 에드먼 채플을 관객으로 가득 채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시카고 중심가 또는 한인 밀집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서 음악회가 열렸다면 공공외교와 동포 참석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평이 많다. 티켓 가격이 30달러였던 뉴욕 공연에 비해 세금 포함 60달러에 이른 시카고 공연에 대한 가격 부담에 대한 피드백도 적잖았다.

국립합창단은 시카고 공연에 앞서 20일 뉴욕 링컨센터의 유명 콘서트 장소인 데이비드 게펜홀에서 오병희 작곡의 합창서사시 ‘훈민정음’을 라이브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것도 화제가 되었다.

윤의중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1973년에 창단한 국립합창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한국 전통음악, 서양 클래식, 팝, 현대음악 등 매우 폭넓은 레파토리를 아우르고 있는 프로 보컬 앙상블이다.

특히 창작 한국곡을 발굴, 개발하며 ‘K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전미합창지휘자협회(ACDA) 초청 공연으로 세계 합창계에서 화제가 되었고 지난해 ‘위로의 목소리’ 음반을 국제 시장에 처음으로 유통시키며 한국합창의 세계화 및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국립합창단의 시카고 공연 ‘흥겨운 합창 여행’>
사진=박원정 PD

앙코르 곡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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