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23 시카고 코리안 페스티벌, 무엇을 남겼나?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2023.9.1. 3:15pm

‘2023 시카고 코리안 페스티벌’(이하 K축제)이 지난 8월 26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시카고 다운타운 소재 매기데일리공원에서 열렸다.

시카고한인회(회장 최은주)와 시카고총영사관(총영사 김정한)이 한인 이민 120주년과 한미 동맹 70주년의 해를 기리며 한국문화를 통한 공공외교에 기치를 두고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이는 1992년 ‘한국의 날’ 퍼레이드 이후 한인회가 31년 만에 다운타운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문화행사이며 총영사관으로선 2018년 해리스 극장에서 개최된 공연인 ‘코리아 페스티벌’ 이후 5년 만에 시카고에서 여는 규모 있는 행사다. 또한 2017년 제22회로 중단된 한인거리축제(한인상공회의소 주최) 후 6년 만에 열리는 축제이다.

시카고한인회는 어제(31일) 총 지출액이 9만3천 달러 선에서 결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외교부 예산 6만여 달러가 투입됐고 시카고한인회 측이 후원금을 모아 추가 비용을 마련해 행사는 적자를 보지 않았다.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1만명 방문객

주최 측은 1만명 이상이 8시간 반 동안 열린 행사에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른바 ‘공공외교’를 위해 다운타운 요소에서 개최된 만큼 비한인(non-Korean)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순수 방문자의 약 70%가 다양한 인종을 아우르는 비한인/미국인으로 나타났다.

매기데일리공원은 대규모 놀이터가 있는 곳이기에 어린 아이를 동반한 미국인 가족이 많았다. 이는 한국문화를 다양한 세대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한인 2, 3세의 참여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또한 한인 밀집 지역 서버브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가 16회 무료로 운행돼 연장자들을 포함한 시카고 한인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행사 후반엔 K팝 애호가와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지인들이 적잖게 자리해 미국 청소년과 청년층의 참여가 증가했다.

축제의 한식문화

오전 10시께부터 한식의 인기는 뜨거웠다. 김밥, 컵라면, 전 등 음식이 무료로 제공돼 여러 부스에 지속적으로 20~30명 이상 줄을 서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또한 개막식 후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는 화제가 되며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 2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색적인 시식을 체험했다. 아울러 한인 김치 회사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해 진행한 김치 만들기 부스에도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직접 겉절이를 만들어 용기에 담아가는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서울타코(퓨전), 우리마을(떡볶이), 데일리커피바(불고기) 등 업체는오후 중반 주최 측의 무료 음식이 소진 된 후에도 지속돼 큰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로, 소량의 떡볶이가 10달러에 판매되어도 반응이 좋았다.

무료 음식이 제공돼 큰 인기를 끈 것은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오후 중반에 소진돼 2-3곳 영리 업체들 중심으로 한식이 전해진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잔치에는 음식이 풍성해야 한다. 설사 유료일지도 벤더 수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음료수를 쉽게 구할 수 없던 것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전통문화 전문가들의 완성도 높은 공연

역시 우리의 전통문화가 축제에서 빛을 발했다. 시카고한국무용단(단장 이애덕)은 아름다운 의상과 함께 태평무, 부채춤, 삼고무, 부채입춤 등 전통무용을 멋스럽게 펼쳐서 끊임없는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대표 김병석)은 전통 타악과 기악의 조화로 축제의 흥을 돋우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문화회관풍물학교는 길놀이로 축제의 시작을 장식했고 여성회 모듬북반도 눈길을 끌었다.

전통 의상과 현대 한복을 통해 한국의 의복문화와 사회상을 조명한 한복패션쇼도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패션쇼 후 한복 체험관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한류의 키워드 ‘K팝’

축제의 피날레는 ‘미중서부 K팝 경연대회’로 장식됐다. 2시간 넘게 열린 무대에서 총 22개팀이 완성도 높은 K팝 댄스실력과 가창력을 뽐냈다. 1천명이 넘은 관객들이 운집해 콘테스트를 지켜봤다. 한국 창원에서 열리는 K팝 월드페스티벌 진출권에 도전하는 자리에서 셀리 엠이 대상의 영예(상금 1천달러)를 차지했고 케미컬X(2위), 힐릭스크루(3위)가 뒤를 이었다.

이번 K축제는 전통과 현대의 짜임새 있는 무대로 엔터테이먼트를 선사했다. 다음엔 힙합이나 밴드의 무대 또한 고려할 좋은 옵션이라고 본다.
한편 빈약한 무대 설비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행사 3주 전 무대설비 업체가 계약을 파기해서 어렵게 마련한 것.

문화 이벤트

K축제에는 한국과 관련한 체험 부스들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모았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부스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렸으며 태극 문양을 만드는 종이 공예 부스도 많은 가족들이 찾았다. 붓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곳도 있었고, 한 곳에서는 제기차기에 도전해보는 풍경도 펼쳐졌다.

이와 함께 온열기, 마사지 체어 등 업체 체험부스, 한인 미용업체의 뷰티 시연, H마트의 경품 잔치 등도 많은 방문객을 끌었다.

축제 기획자의 소회

행사를 기획한 최은주 한인회장은 행사 후 소감을 묻는 뉴스매거진의 인터뷰에 이같이 답했다.
“코리안 페스티벌은 시카고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 민간외교를 펼친 행사라고 생각한다. 1만여 명에 달하는 많은 동포들과 비한인들이 방문했고, 2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해 치른 큰 행사였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축제를 위해 도와주신 모든 단체들과 자원봉사자, 후원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앞으로 하나가 되어 미래로 나아가는 시카고 한인회로 만들어가겠다.”

뉴스매거진의 평가

시카고한인회가 코리안 페스티벌을 처음 기획할 당시 관련 노하우가 전무했기에 난항이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한인회가 다방면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가운데 다양한 한인 단체∙기업의 폭넓은 참여를 끌어내 성공적인 결과로 장식했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 참여가 두드러졌고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다. 한편 스테이지 무대 설비와 음식 벤더의 수는 다소 아쉬웠으나 행사에 영향력 있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번 축제의 중요한 의미는 오랜만에 시카고의 중심부에서 대규모 한국문화 행사가 열렸다는 것. 지역사회의 활발한 활동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처럼 국제도시의 전면에 나서는 규모 있는 행사도 필요하다. 차이나타운의 서머 페어, 그리스계의 퍼레이드와 음식축제, 남미계의 다양한 축제 및 퍼레이드가 좋은 선례이다.

당초 목표한 공공외교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고 지역 한인들에게도 자긍심과 보람을 선사한 행사였다. 준비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지 않았고, 한인들이 단합해 봉사하는 계기가 돼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이같은 축제가 성공적으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2023 코리안 페스티벌 영상 하이라이트

[기록사항] (내용 제공: 시카고한인회)
▶ 개막식 참석 VIP: 최은주 시카고한인회장, 김정한 주시카고 대한민국총영사, 조지 반듀센 스코키시장, 엔긴 투레신 주시카고 키르키예총영사, 월터 손 시카고평통부회장(축사대독), 김윤태 시카고한인문화회관 회장, 강정희 문회회관 이사장, 이진 메인타운쉽 교육위원(행사 사회)

▶ 공연 참여 (10곳): 시카고한국무용단,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시카고한인문화회관 풍물학교, 시카고한인여성회 모듬북반, 시카고한인여성회 합창부, 수퍼노바, 아리랑플래시몹, 오해피데이, 태권도코리아센터 MKDC

▶ 부스 참가 (봉사 9곳): 구과스튜디오, 시카고공립도서관, 시카고서예협회, 시카고한인문화회관, 시카고향우회협의회, 아이엠뷰티스쿨, 오해피데이,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한국종이접기협의회

▶ 부스후원 업체∙단체 (6곳): 데일리프로젝트 커피바, 세라젬, 서울타코, 우리마을, 한인로터리클럽, H마트

▶ 자원봉사 (5곳) : 시카고산악회, 시카고한인여성회, 시카고한인연합장로교회, 재미시카고한인간호서협회, 원포커뮤니티

▶ 후원업체 (8곳): 농심, 대한항공, 비스코, 빛고을김치, 중부시장, 팔천만김치, CJ로지스틱스, H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