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시카고 1만 관객 사로잡은 ‘10대 피아노스타’ 임윤찬

|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시카고심포니와 ‘라흐3번’ 협연
| 반 클리번 파이널 지휘자 마린 알솝과 호흡

사진, 리뷰: 박원정 PD
입력: 2023.8.7 1:23pm

‘10대 피아노 스타’ 임윤찬의 시카고심포니 협연은 강렬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 D단조의 피날레 알라 브레베에서 거침없는 양손 옥타브 타건 후 의자에서 일어나 D 코드 종지를 찍자, 관객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임윤찬(19)은 시카고 관객에게 인사를 하기에 앞서 지휘자 마린 알솝(67)에게 먼저 다가갔다. 알솝은 임윤찬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반 클리번 콩쿨 파이널 무대에서 같은 곡을 지휘하고 임윤찬 연주에 감동해 눈물까지 훔쳤던 지휘자다.

알솝은 시카고심포니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임윤찬을 포옹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임윤찬과 알솝의 호흡은 지난해 6월 반 클리번 콩쿨의 역사적 최연소 우승 후 지난달 뉴욕필 협연에 이어 두 번째이다.

또한 임윤찬의 시카고 연주도 지난해 10월 노스웨스턴대학 독주회 후 두 번째이다.

협연 후 지휘자 알솝이 임윤찬과 포옹하고 있다

5일 시카고 근교 하일랜드파크 소재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임윤찬은 마린 알솝이 지휘한 시카고심포니의 ‘선 댄스’(토마스 곡)와 ‘에로이카 심포니’(베토벤 곡) 연주에 이어 제2부에 등장했다.

특유의 덥수룩한 머리에 덤덤한 표정, 숫기 많지 않은 19살 어린 청년의 모습으로 지휘자 마린 알솝과 함께 무대에 들어섰다. 관객의 뜨거운 갈채 속에 로버트 챈 시카고심포니 악장과 악수를 나눈 뒤 피아노 앞에 자리했다.

임윤찬이 협연한 러시안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1909년 작곡)은 1996년 호주 영화 ‘샤인’에서도 집중적으로 조명된 난이도 높은 곡. 세계 콩쿠르와 피아노 협주 음악회의 인기 레파토아 중 하나이다.

알솝의 손에 이끌린 시카고심포니가 리듬 두 마디를 연주하자 임윤찬은 절제되고 담백한 아름다움으로 테마 선율을 차분히 노래하듯 전개했다. 이어 깔끔하며 무겁지 않은 타건으로 분산화음을 펼치며 40여 분에 달하는 피아노협주곡을 출항했다.

임윤찬은 점차 곡을 고조시키며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곡을 만들어갔다. 1악장의 카덴차에선 ‘오시아’ 버전으로 자신의 음악 언어를 담아 훌륭한 표현력을 발휘했다.

카덴차를 연주하는 임윤찬

임윤찬은 시종 덤덤한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섰지만 그의 타건은 뛰어남과 강렬함으로 점철됐다. 빠른 옥타브 페시지가 한 치의 뭉개짐 없이 뚜렷하게 진격하는가하면 섬세하면서도 광활한 서정성을 마음껏 펼치는 듯한 인상으로 건반을 누볐다.

임윤찬은 클라이막스로 치닫으면서 오케스트라 전체를 뚫고 나올만큼 강렬한 관통력으로 음악을 표현했다. 마치 광활한 대지를 질주하는 적토마가 되어 환희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임윤찬의 거침없는 연주에 관객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전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7, 8 차례 무대인사를 할 정도로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임윤찬은 답례로 쇼팽 에튜드 제10번 ‘이별의 곡’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열린 임윤찬의 시카고심포니 협연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8세 최연소의 반 클리번 우승자의 센세이션은 미국 사회에도 널리 알려졌던 바, 화제가 되는 음악회였다. 3,350석 파빌리온 좌석은 전석 매진되었고, 야외 잔디밭 자리에도 1만 명에 달하는 관객이 운집했다.

지난 3월 뉴스매거진이 단독 보도로 임윤찬 협연 소식을 한인사회에 처음 알린 후 한인들의 관심도 계속 고조되었다. 이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관객의 수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주를 감상한 이소영 레익포레스트 칼리지 피아노과 교수는 “임윤찬은 기교적으로도 완벽했으며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쏟아붓는 연주였다”고 평하고 “지난해보다 더 성숙해졌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덧붙였다.

이용함 크리스찬코랄 지휘자는 “소위 ‘한국산 토종’ 연주자인 작고 어린 친구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모습을 보며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들었다”고 밝히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연주를 보면서 단어 ‘만능’이 떠올랐다. 섬세함, 화려함, 강렬함 등 모든 부분을 만족시켜준 수준 높은 음악이 투박하며 무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과 함께 어우러지니 더욱 놀라웠다.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움직임이 관객들로 하여금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열리는 시카고심포니의 협연 가운데 가장 티켓 판매가 많은 공연이 바로 임윤찬의 협연이다.

라비니아는 1904년 처음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음악 축제이다. 매해 120개에 달하는 공연 무대를 열고 연인원 60만 명에 달하는 관객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시카고심포니와 같은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부터 재즈, 팝, 록 등 유명 가수의 무대까지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3면이 트인 공연장 좌석 외에 1만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야외 잔디밭에선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시카고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한편 임윤찬은 시카고 연주 후 18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했던 임윤찬은 올 가을 미국 보스톤 소재 뉴잉글랜드음악원에 편입할 전망이다. 임윤찬의 9년 스승인 손민수 한예종음악원 교수가 동 대학 교수진에 합류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피아노 스타’ 임윤찬의 시카고심포니 협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뛰어난 기량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연주 후 시카고 심포니단원들의 표정과 반응에서도 그 격을 엿볼 수 있었다.

시카고 라비니아 축제 연주는 성장하고 진화하는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의 미래를 축복하고 기대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팽의 에튀드를 앙코르곡을 연주한 임윤찬

사진=박원정 PD
neomusic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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