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시카고 심포니센터에서 독주회 장식하다
박원정 PD | neomusica@hotmail.com
입력: 2023.5.22. 3:45pm
조성진이 21일 독주회로 시카고 심포니센터의 아머 스테이지에 섰다.
2018년 시카고대학 멘델홀 공연 후 5년 만에 찾은 두 번째 시카고 연주이다.
관객의 뜨거운 박수 가운데 무대에 등장한 조성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인사를 한 후 ‘헨델 모음곡 5번 E장조’로 막을 올렸다. 자신의 최신 음반 ‘헨델 프로젝트’의 수록곡으로 빌보드 클래식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작품이다. 오프닝으로 화려함이나 다이나믹함을 택하지 않고 외려 평안함과 섬세함을 나타내며 이날 연주회의 전반적인 톤을 암시했다.
이어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러시아 여성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1931-)의 격정적인 현대곡 ‘샤콘느’를 연주했다. 불협화음과 옥타브의 진격적인 강렬함은 첫 곡의 평안함과 대조적이었다.
조성진이 최근 투어에서 동일하게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헨델–구바이둘리나–브람스1–브람스2–슈만 순서로 흔치 않은 구성이다.
‘변주곡의 대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관객보다는 피아노곡 애호가들이 좋아할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 프로그램 곡인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에선 세련되고 섬세한 피아니즘이 돋보였다. 특히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전개하는 왼손 옥타브 타건은 매우 훌륭했다.
브람스의 ‘8개 피아노 소품’ 중 1, 2, 4, 5 번을 연주한 조성진은 브람스의 스승인 슈만이 작곡한 ‘교향적 연습곡’을 선보였다. 낭만주의 시대 피아노 작품 중 가장 어려운 곡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조성진은 변주곡 9개와 연습곡 등 총 15개에 달하는 곡들을 마치 단일곡처럼 이어서 약 반 시간 동안 연주했다.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작품에서 세련된 움직임을 보이기보다 음악에 밀착하며 표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조성진은 피아노를 통해 관현악적이고도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을 수려하고 감미롭게 연주하는가 하면 장엄함이 빛나도록 연주했다.
흔히 생각하는 ‘주제 선율에 의한 변주’가 아닌 보다 복잡한 음형의 변주라서 음악회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일부 관객의 집중이 다소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장엄하고 힘찬 알레그로 브릴란테가 대미를 장식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해 환호했다.
조성진은 계속된 환호와 박수에 헨델의 ‘미뉴에트’와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로 화답했다.
음악회를 감상한 이소정 저드슨대학 피아노과 교수는 “5년 전 시카고 연주보다 더 감동적이었다”며 “변주곡으로 엮은 프로그램으론 최고의 구성이다. 낭만주의 레파토리에서 가장 어려운 두 변주곡을 묶었다. 1판과 2판, 유작까지 엮어 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연주력”이라며 뉴스매거진의 리뷰 요청에 답했다.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라이브로 관람한 김문호 씨는 “다이나믹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섬세한 디테일이 빛났고 젊음의 열정이 돋보였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날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가 둥지를 틀고 있는 심포니센터의 객석 2,521석 가운데 약 85%가 채워졌고, 관객의 3분의 2 정도는 한인이었다.
늦게 도착한 다수의 한인 관객 때문에 연주회 시작이 5분여 지연되었을 뿐 아니라 첫 곡 후 실내등을 다시 켜서 관객을 착석시키는 풍경까지 연출됐다. 그뿐 아니라 연주 중에 몰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한인 관객들이 적잖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개선되어야 할 관객 매너이다.
한편 시카고에서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장식한 조성진은 6월 스페인, 영국, 독일, 일본 등지에서 세계 투어를 이어가고 내년 7월까지 빼곡한 연주일정을 소화한다.
시카고는 내년 2월 8, 10일 협연으로 다시 찾는다.
조성진은 여성 지휘자 젬마 뉴가 객원 지휘하는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연주할 전망이다.
관련 정보 및 티켓: cso.org/performances/23-24/cso-classical/seong-jin-cho-plays-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