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클리번 우승의 임윤찬, 거침없는 연주로 시카고 데뷔
| 18세 최연소로 세계 3대 콩쿠르 우승, 지난 6월
| 개성있는 프로그램, 탁월한 연주로 시카고 데뷔
< 리뷰 기사: 박원정 | 사진: Elliot Mandel >
독주회 프로그램으론 흔치 않은 첫 곡이었다. 임윤찬은 시카고 데뷔 무대에서 브람스의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를 선택했다.
화려한 명성의 18세 최연소 반 클리번 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은 20세 브람스가 쓴 묵상적인 감동의 곡으로 20일 노스웨스턴대학 갈빈 리사이틀홀 연주회를 시작했다.
임윤찬은 세간의 유명세에 관심이 없는 듯 특유의 덥수룩한 머리 모양에 덤덤하고 절제된 표정으로 고개를 파묻고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두 번째와 네 번째 악장의 테마엔 수려함보다 십대의 풋풋함이 묻어있어 그와 매우 잘 어울렸다.
고독함이 물씬 풍겼던 첫 곡과 달리 멘델스존의 ‘환상곡 F#단조’에선 임윤찬 기교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건반 위를 미끄러지듯 아르페지오(분산화음)가 펼쳐지고 음악이 피어오르면서 밝은 사운드가 갈빈홀을 가득 채웠다.
임윤찬 손의 제스쳐 하나하나에서 그가 얼마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음악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고전주의적 낭만 작곡가 멘델스존의 음악은 현란하게 움직이는 임윤찬의 손끝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왼손의 사운드는 전혀 뭉개지지 않고 선명함과 화려함으로 빛났다.
휴식 후 리스트의 ‘2개의 전설’에선 작은 새의 지저귐과 수풀의 움직임이 완벽한 기교의 고음역 트릴과 트레몰로로 형상화 되었다.
또한 물위를 걷는 성자를 표현한 두 번째 악장에선 파도 위를 힘 있게 걸어가듯 거침없는 타건으로 묘사됐다.
대미를 장식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는 신비와 혼란, 격정과 통렬함을 넘나들며 드라마틱한 서사로 장식됐다.
벤치에서 들썩거리며 거침없는 관현악적 이중 옥타브를 구사한 임윤찬의 타건은 속도와 정확도에 있어서 탁월한 기교로 유감없이 증명됐다.
몇 차례의 뜨거운 기립박수가 이어지고 임윤찬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바하-캠프의 ‘시칠리아노’를 앙코르 연주로 화답했다.
이른바 ‘메이드 인 코리아’, 해외 유학 없이 한국에서만 음악을 공부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18세 임윤찬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연주회였다.
작곡가가 펼쳐놓은 악상의 깊이를 헤아리며 피아노 음색에 깊게 귀 기울이고 또 철학적인 고찰과 질풍적인 격정을 오가는 젊은 음악가의 피아니즘이 돋보였다.
연주회에 참석한 이소영 레익포레스트 칼리지 피아노과 교수는 “임윤찬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고 외려 절제하는 분위기인데, 그의 음악은 매우 찬란하다. 몽롱함과 맑은 소리를 오가며 자신의 음악적 톤을 만들어가는 것도 인상적이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연륜이 쌓일 때 그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질지 매우 기대된다”고 뉴스매거진에 관람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계 피아노 강사인 올가 유리츠스키 씨는 “허점이 없는 완벽한 연주였다. 임윤찬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그는 놀라운 가능성을 가졌고, 앞으로 훌륭한 연주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히나노 이시히 라비니아 페스티벌 예술 프로듀서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훌륭한 연주였다. 불 같은 힘이 넘치는 무대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윤찬의 이번 노스웨스턴대학 연주는 예매 시작 직후 매진되었다. 대학 측은 추가로 별실을 마련해 연주 실황을 비디오로 생중계했다.
임윤찬은 이달 31일부터 대만, 싱가폴, 홍콩 등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현재 2025년까지 연주 스케쥴이 빼곡하게 차있는 상태이다.
리뷰: 박원정 PD
neomusic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