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역사 미국 대학에 '사물놀이' 수업 개설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65마일 떨어진 디칼브에 자리한 노던일리노이 대학에 한국의 타악음악 ‘사물놀이‘가 정규 수업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코리안 드러밍 앙상블’(Korean Drumming Ensemble)이며 주 1회, 2시간 길이의 1학점 짜리 수업이다.
강사는 동 대학원에서 월드뮤직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최수완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예술감독이다.
최 강사는 “현재 학생 7명이 수강하고 있으며 설장구 가락과 영남 사물놀이를 학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학 시절 세계의 다양한 민속 문화를 공부했다는 최 강사는 “학교로 돌아와 한국의 전통 타악을 가르치게 되니 감격적이고 보람차다”며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어서 한국 전통 음악을 커리큘럼에 어떻게 녹여 낼 것인지 계속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1895년에 설립된 노던일리노이 대학은 월드뮤직과 민족 음악학으로 탄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1970년대에 미국 대학 최초로 중국음악 앙상블과 스틸밴드 앙상블을 조직해 화제가 됐다.
또한 가믈란(인도네시아 음악), 중동 앙상블, 태국음악 앙상블에 이어 이번 학기엔 한국 사물놀이 앙상블도 개설한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 음악 앙상블을 프로그램으로 갖춘 음악 대학은 미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국악 수업이 개설되는데에는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의 7년 노력이 있었다.
김병석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대표는 “2015년에 열린 월드뮤직 심포지엄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동 대학 레이칭 왕 담당 교수와의 만남이 닿았다”며 “수해 동안 노던일리노이 대학에서 국악 워크샵과 공연을 여러 차례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봄 학기엔 설장구 클럽을 만들어 10주 간 왕 교수와 대학생 다수에게 장구를 지도하고 월드뮤직 음악회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사물놀이 수업 개설을 앞둔 전초전이었다.
한편 사물놀이 수업 개설을 위한 악기와 재정 확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지원이 자리한다. 양 대학은 교류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기에 향후 교류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다만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번 지원은 1년에 국한 된 것”이라며 “추후 한국국제교류재단에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고 동시에 기금 모금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측이 자체적으로 한국 음악 수업을 안착시킬 때까지 외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수완 강사와 김병석 대표는 현재의 사물놀이 수업을 넘어 더 많은 한국 음악 과목이 생기길 바라며 나아가 한국 음악 전공을 만드는 것까지 꿈꾸고 있다.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병석 대표는 이렇게 전했다.
“이제 첫 수업을 개설하는 시작에 불과하지만 노던일리노이 음대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을 한인사회 문화행사에서 볼 수 있는 날이 곧 오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시카고 예술원을 매개로 노던일리노이 음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잇는 커뮤니티가 형성됨으로써 보다 더 활발한 한국 전통음악 활동들이 시카고에서 펼쳐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노던일리노이 음대에 한국음악 전공 교과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이메일: info@soribeat.org | 홈페이지: soribeat.org)
<박원정 PD>
<사진: 시카고한국전통예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