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미주 8개 주요도시 방문 중 시카고를 찾은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4선 국회의원)을 만나 재외동포 관련 핵심 현안에 대해 물었다.

재외동포재단은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1997년에 설립되었다.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면서 거주국에서 그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 재외동포청 설립은 언제 가능한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정부조직법은 정권이 바뀐 직후에 한다. 윤석열 캠프와 이재명, 심상정 캠프까지 재외동포청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고 대선 공약으로 넣어 놓고 있다고 들었다.
누가 이기든지 내년에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반드시 이루어 질 거라고 믿는다. 동포청으로 하느냐, 동포처로 하느냐 등 행정 기술적인 문제가 있지만 현재 재외동포재단 보다 확장된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만들어질 걸로 예상하고 있다.

▶ 동포청 설립에 어떤 걸림돌이 있었나?
과거에는 중국이 걸림돌이었다. 중국정부는 ‘중국 내 조선족들은 중국 국민이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소수민족 문제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지 않은가. 그래서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되기 전부터 한국 혈통을 갖고 외국에 사는 사람들을 한국이 지원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재외동포재단 사업으로 인한 외교적 마찰은 거의 없었다.
또 재단이 처음 출발 할 때는 외교부에서 먼저 걱정을 했지만 지금은 외교부 쪽에서 외교적인 마찰은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고 보고 있다. 관련 법 조항을 잘 정리해서 넣으면 될 것이다.
다만 정부부처 간의 조정은 확실히 필요하다. 재외동포 업무가 교육부에도 있고 보건복지부, 법무부, 국방부 등 여러 곳에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재외동포청과 역할분담을 할 것인가, 이게 행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 해외 선거구 획정 가능한가?
참정권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재외국민들에게는 선거권만 있지 피선거권은 없다. 의외로 이것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통 비례대표 한 석 달라고 하는데, 이것은 소극적인 태도이다. 지금 250만 미주 한인 인구 규모라면 선거구가 10개는 생겨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미주 내 12개 선거구를 두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미주에 권역별로 선거구를 만들고 선거를 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
피선거권은 재외동포들의 목소리를 확실히 담을 수 있는 방법이다. 전 세계 동포들이 네트워크만 잘하면 동포사회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와 정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투자할 만한 일이다.

▶ 우표투표와 전자투표는?
재외동포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됐지만 투표방법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많다. 마치 두루미와 여우의 이솝우화 같다. 현재의 공관 투표는 개선되어야 하는데 우편투표와 전자투표가 답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자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당장 시행해야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부터 어려움을 표한다. 우리나라는 투개표 문제에 예민하지 않은가. 한 장이라도 잘못되면 그것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다. 선진국에서의 시행은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우편 투표는 과정에서의 분실이 우려되고 있다.
유권자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부작용을 염려해서 제대로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라고 본다.

▶재단의 동포사회 지원 기준은?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유의미 있는지 살펴본다. 동포사회의 추석 행사, 체육대회 등 보다는 거주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우리 청소년들을 육성하거나, 어려운 분들을 돕는 등 유의미한 사업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큰돈은 아니지만 없는 예산 가운데 최대한 짜서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다.

▶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화합에 관해
세계한인회총연합회가 지난 10월 6일 서울에서 출범했다. 전 세계 10개 대륙별 회장들이 회장단을 구성하고 있는데 미주총연만 빠졌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인회를 보유하고 있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주총연이 빠졌다는 것 자체가 재외동포 사회에 있어 매우 아쉬운 점이다. 과거의 잘잘못을 더 이상 묻지 않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각오로 관련 단체들이 문제를 잘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주 도시들을 방문하며 느낀 점
차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세 등 차세대의 미국 사회 내 영향력이 커졌다. 영어가 완벽한 2세들이 앞장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해서 로비를 하는 한인 커뮤니티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한인 부모들의 우수한 교육으로 엄청나게 많은 2세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한인사회가 이들을 포용해서 한인의 정체성을 더 갖도록 해야 한다. 보석 같은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열매인 차세대들이 꽃을 잘 피우도록 돕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 시카고에 대한 인상은?
문화활동은 시카고가 최고인 것 같다. 아침에 시카고한인문화회관도 방문하고 왔다. 시카고는 ‘노블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카고가 그 특성을 활용해 문화프로그램을 잘 살리길 바란다. 코리아 한류의 선두에 있는 것이 문화 아닌가? 한류 문화를 잘 키우면 산업으로도 연결된다. 한류문화 확산에 시카고가 앞장서면 좋겠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LA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애틀란타, 시카고,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등 8개 도시를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