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카고에서 열린 월드한식페스티벌, 과연 무엇을 남겼나?

(사진: 개막 첫날, 한산한 축제 현장)

월드한식페스티벌이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시카고 근교 나일스 소재 H마트 주차장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지원 예산이 투입된 행사가 아쉽게도 부실한 한식 부스, 저조한 참여의 결점을 남기고 폐막됐다. 뉴스매거진은 정확한 보도를 위해 3일 동안 총 5차례에 걸쳐서 현장을 취재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을 남겼다. 본 리뷰 기사는 행사 결과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발전적 방향을 제시한다.

▶ 월드한식페스티벌이란?
한식진흥원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월드한식페스티벌은 세계인과 함께 즐기는 한식과 한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의 대표 한식 축제이다. 한국 내 행사와 더불어 해외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행사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다.

▶ 시카고행사는 누가 열었나?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한식진흥원이 후원해 시카고한식협의체(회장 김희웅)가 열었다. 지난 22년간 시카고 한인사회를 취재해온 언론인인 필자는 이 단체명을 이번에 처음 들었으며 그동안 단체로부터 보도자료나 공문을 단 한 차례도 받은 바 없다. 동 행사에 대한 기자회견이나 협조 요청도 없었다.
한편 시카고총영사관 관계자는 뉴스매거진에 “한식축제 사업자 선정은 한식진흥원 소관”이라고 밝혔다. 총영사관은 동 행사의 유관기관이다.

▶ 한식축제에 빈약한 한식
명색이 한식 축제인데 음식부스가 매우 빈약했다. 토요일 정오에 준비된 곳은 단 1곳, 일반적으로 축제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일요일 오후에도 한식은 단 3곳에 마련됐다. 한 치킨 업체는 조기 철수해 부스가 비어있었다.
단일 교회의 바자회보다 빈약하게 마련된 음식은 한식의 세계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류 부스 또한 방문객의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 상당수의 참가자와 방문객이 축제의 한식부스가 아닌 인근 마트의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했다.
H마트 푸드코트에 몰린 축제 참가자들 (7일 오후 1시 30분)

▶ 저조한 참여
‘3일을 통틀어 연인원 1천여 명쯤 참석했을까’ 생각들 만큼 저조한 참여를 나타냈다. 참담할 정도로 한산했던 첫날에 이어 둘째 날과 셋째 날도 방문객 동원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태권도, 비보이, K팝 등 이벤트가 열릴 땐 1~2백명의 관람객을 모았지만 순서가 마치자 썰물처럼 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 가운데 한식을 맛보는 사람의 수는 적었다.

또한 행사 관련 협회와 식품사를 제외하고 타 한인 단체나 미국 기관의 홍보부스 참여도 보기 어려웠다. 피입양인 단체인 캣치(KAtCH)만이 사흘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저조한 참여에 코로나19 유행이 주요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축제 행사장 옆 한인 마트는 쇼핑객으로 붐볐으며 같은 날 시카고에서 열린 마켓데이스 축제에는 10만 명 인파가 몰렸다. 일주일 앞서 열린 차이나타운 서머페어에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갔다.
수년 전 시카고한인축제도 연인원 6만명(주최 측 추산)까지 동원하며 시카고의 유명 거리축제로 명성을 떨친바 있다.
무대에선 김치 담그기 시연이 진행되고 있지만 (8일 오후 4시 17분)

▶ 미비한 홍보
부족한 홍보는 저조한 참여로 직결된다. 뉴스매거진이 이 행사에 대해 인지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주에 있는 한식협회 관계자를 통해서다. 행사 포스터를 온라인 기사에서 처음 본 것도 불과 행사 1주일 전이었다. 소수 시카고 한인 언론매체에 광고가 실린 것도 행사 1주일여 전이다. 소셜미디어에서도 홍보물을 보기 어려웠다. 보통 행사 1~2개월 전부터 언론매체 인터뷰와 광고를 포함한 다각적이고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였던 과거 한인축제와 대조적인 행보이다.

한편 축제 폐막 후 시카고 10개 한인 언론매체 중 단 3곳만 기사로 다뤘다는 사실은 월드한식페스티벌과 지역 언론들 사이의 확연한 간극을 반증한다.

▶ 성황을 이룬 것은?
K팝 댄스와 B보이 배틀은 여느 한인 축제와 마찬가지로 성황을 이뤘다. 시카고 지역의 춤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과 팀이 닦은 춤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또한 BH마샬아트의 태권도 시범도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선주 작가의 종이공예 부스에도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비보이 배틀 무대 성황 (7일 오후 6시 28분)

▶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예산 지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이 월드한식페스티벌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시카고총영사관을 통해서 전달된다. 시카고총영사관과 한식진흥원에 예산에 대해 질의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북미주한식세계화협회 관계자와 시카고의 모 언론인은 행사 지원금이 5만 달러 규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설득력 있는 지원 예산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현지 협회 측 부담의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갔을 수도 있다.

▶ 월드한식페스티벌은 무엇을 남겼나?
한식의 친밀도를 높이고 한식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의 월드한식페스티벌은 무색했다. 한식 잔치에 한식이 빈약했고 손님도 적었다. 그리고 여기에 수만 달러의 정부 지원금이 쓰였다. 이 지원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기반으로 한다.
만약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업을 했다면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또 한식을 포함한 한국문화의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제고하는데 부족함을 나타냈고 엉성한 기획과 빈약한 내용으로 씁쓸함을 남겼다.
한편 참가인과 단체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일부 공연이 재미와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 발전적 방향 제시
음식축제 준비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스폰서와 부스 참여 업체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시카고한인축제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다양한 시카고 한인 단체는 물론 정부기관, 병원, 공공기관, 대기업 등과의 대외적 관계 또한 후원과 참여 유도에 있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 및 이벤트 개최를 위해 예술, 스포츠, 사회 등 시카고 각계와 긴밀한 소통을 하며 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준비 기간의 후반에는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시카고 한인매체의 활발한 보도는 물론 미국 언론의 문까지 두드리며 주류 방송 아침뉴스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이고 폭넓게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감각적이고 발빠른 소셜미디어 홍보가 수반되어야 효과적이다.

이러한 축제는 소수의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각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만 유종의 미를 거두며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펼칠 수 있다.

<박원정 PD>

제보: wonpark@newsmzn.com
기사출고: 2021년 8월 11일

[사진 자료]
종이접기에 열중한 어린이들유일하게 3일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한식을 선보인 해리스 키친 (7일 오후 12시 30분)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보인 K팝 커버 댄스 그룹 민트 (8일 오후 3시)
BH 마샬아트의 태권도 시범 (7일 오후 1시)
시범에 집중하는 한 어린이 참가자매우 한산한 축제 첫날 (6일 오후 5시 18분)
썰렁한 축제 현장을 바라보는 미국인 모녀 (6일 오후 5시 20분)정오에 준비된 한식부스는 단 1곳, 오후 초반이 되어서야 2곳이 마련됐다. (7일 오후 12시 30분)
폐막 전의 모습 (8일 오후 4시 30분)

[영상자료]
(8/6: https://youtu.be/OZL7xgi2FyU)
(8/7: https://youtu.be/2uYTBjiQt08)

[사진으로 보는 K팝 쇼케이스]
http://www.newsmzn.com/2021/08/10/kpop-dance-showc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