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과 약탈…시카고 한인 피해자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카고에서 폭동과 방화, 약탈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카고 한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데요.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김학동 씨의 가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김학동 – 짐작은 했지만은 오전 7시에 딱 들어왔을 때 그 광경을 보니까 너무 황당해가지고 그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어제 자신의 의류상점이 폭동의 약탈로 인해 초토화된 모습을 본 김학동 씨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오후까지 약탈을 막아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김학동 – 스포츠 의류용품, 월그린, 주얼 다 털릴 때 그게 대낮 두세 시었어요. 나는 8시까지 지켰어요. 왜냐하면 (손해배상)보험이 없으니까. 종업원 애들이 조금만 담력이 있었더라면 괜찮았을 거예요. 나중에 나 혼자 남게 되니까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더라고요. 야구 방망이 들고 깨려고 하는 애들도 내가 만류시키고 망치들고 온 애들도 만류시키고 여러 명 만류시켜서 돌려보냈어요. 근데 너무 과격한 애들이 와서, 어두워지면서 그러니까 그건 어떻게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일하는 애들이 나를 끌고 가고 계속 ‘(집에) 가자고’ 그러는 와중에 내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주차장에서 걔네들(약탈자) 갖고 가는 걸 차라리 안 봤어야 되는 거예요. 차라리 안 봤어야 되는 거예요.]
상권 전체를 휩쓰는 약탈과 폭동을 김씨와 경찰은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학동 – 수도 없이 들고 가는 것을 경찰 네다섯 명하고 나하고 멍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월그린 유리창 깨서 계속 들락날락하는 것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마침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서 다른 보험을 알아보고 있었던 김씨는 배상책임보험 외에 가입하지 않아 약탈 손실에 대한 배상은 받을 수 없는 상황. 다른 방편으로 막아볼 수 없었다는 것도 후회로 남습니다.
[김학동 – 망치 들고 야구방망이 들고 온 애들, (제가) 설득시킨 애들을 차라리 돈을 주고 같이 지키자고 그랬으면 됐을 것 같아요. “이런 거는 우리 같은 소규모 자영업, 소수계 끼리 이러면 안 되지 않냐?” 이렇게 설득을 시켜서…]
약탈로 난장판이었던 매장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 흑인계 의류상품 취급 32년 경험의 김학동 씨는 현재 시카고 매디슨 길의 매장과 이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남부 킹스 드라이브에서 9년간 운영한 시티 패션스는 장사가 잘 되는 효자 상점이었습니다.
[김학동 – 피해액수가 대충 보니까 35만에서 40만 달러 정도 되죠. 근데 보통 여자 옷과 여자 신발은 금액이 그 정도까지 되기가 쉽지 않은데 워낙 저는 가게 싸이즈가 있고 또 비싼 유명 브랜드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비싼 바지들을 많이 쌓아놓고 팔거든요. 스탁룸에도 엄청 많이 쌓아놓고 팔고 있기 때문에…]
김 씨의 심정은…
[김학동 – 하…지금 현재의 솔직한 심정은 흑인 가계에서 이제 장사 안 하고 싶어요. 지금은. 거의 99% 정말 안 하고 싶은데, 또 너무나 많은 카톡들을 보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김학동’이라고 이런 식으로 많이 받다보니까 약간 동요는 되는데 현재 심정은 정말 안 하고 싶어요.]
한편, 김학동 씨의 피해를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은 하루 만에 3만 5천 달러 이상 모으며 김 씨 가족을 향한 지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뉴스매거진은 또 한 폭동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호정 아나운서가 시카고 남부의 비너스패션의 대표 양대오 씨를 전화인터뷰했습니다.
Q: 현재 피해 상황은?
[양대오 –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가서 보니까 거의 다 박살났고 쇼 케이스고 뭐고 다 작살났고 (시카고 3단계인) 내일부터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물건을 들여놓은 것이 있었어요. 그것까지 전부 다 하면 한 30만 달러 정도. 쇼 케이스와 유리창, 게이트까지 다 하면 한 40만 달러 정도되는 것 같아요. 피해액이.]
Q: 지금 심정은?
[양대오 – 솔직히 막막하고요, 저녁에 제가 이틀 동안 잠이 안 오더라고요. ‘계속 해야되나’ 그것도 생각나고 또 우리 애들이나 가족들이 너무나 마음 아파하니까 또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견뎌왔는데 애들이 걱정해서 그게 제일 마음아파요.]
Q: 향후 계획은?
[양대오 – 예, 저는 한국사람이잖아요. 한국사람이 포기할 수는 없죠. 미국까지 왔는데 어떻게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야 되고 내 주변의 사람들한테도 또 보여주고 싶고 흑인 애들한테도 한국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꼭 보여주고 싶어요. 일어나고 싶어요. 꼭 일어나고 싶어요.]
김호정 아나운서가 인터뷰한 양대오 씨는 현재 보험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 온라인 모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폭동의 피해를 입은 한인 소유 업체가 수십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은 피해업소 여러 곳을 찾아가며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성배 한인회장 – 정치적으로라도 해결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분들이, 많은 분들이 지금 상심하고 걱정하고 억울해하고 계시는데 속히 이 문제가 해결되고 다시 안정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여러분들 건강하십시오.]
구세군 메이페어 커뮤니티교회의 조웅규 담임사관도 희망의 말을 전합니다,
[조웅규 사관 – 모든 한인들의 나눠야 될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이 상심되시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런 순간이지만 또 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다시 회복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힘드시지만 많은 분들이 위로하시고 또 우리가 손 닿는 데까지 도움으로 인해서 희망을 갖게 되고 다시 일어서는 좋은 모습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코로나 사태로 2달간 영업을 못한 상점들이 무자비한 약탈로 더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과 지원,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카고에서 뉴스매거진 박원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