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숨은 공신, 번역자 달시 파켓

2020년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의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번역가 달시 파켓. 그의 번역 자막으로 세계는 영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파켓은 1997년 고려대 영어강사로 한국을 찾아 한국어를 독학했고 한국인과 결혼했다. 100편 가까운 한국영화 번역을 20년간 해오고 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대사가 많은 ‘기생충’ 시나리오 초고를 번역하는 데만 열흘이 걸렸고 봉준호 감독과 최종본 수정을 하며 이틀 동안 밤을 새웠다.

그가 번역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알려지자 그는 “기생충과 한국영화계에 매우 기쁜 일이다. 이를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감정에 압도되었다. 이번 수상은 모든 자막 영화의 승리이기를 바란다”고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뉴스매거진은 시카고에서 열린 아시안 팝업시네마에서 번역가 달시 파켓을 만났다. 당시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Q: 아카데미상과 영화 기생충이 인연이 될까?
A: 칸, 베니스 등 유럽 영화제와 비교한다면 아카데미는 특정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그런 영화들은 한국에서 자주 제작되지 않고 있다. 한편 칸 영화제의의 최우수상인 황금야자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기대해볼만한 작품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타입’의 영화는 아니지만 아주 훌륭하게 제작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올해는 한국 영화의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다.

Q: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A: 봉준호 감독의 작품엔 사회적 논평과 유머가 흥미롭게 섞여있다. 그의 작품엔 서스펜스와 긴장도 많다. 전반적으로 그는 훌륭한 영화 제작자라고 생각한다. 영화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의 전부가 그의 머릿속에 있다. 그는 정확히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고 있다. 매우 드문 영화의 재능을 갖고 있다. 그가 제작하는 영화의 스토리가 성공을 낳기도 하지만 그의 우수한 영화제작 능력이 그를 돋보이게 한다.

Q: 요즘 해외시장에서 한국영화는 어떤가?
A: 과거보다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관객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올해가 매우 특별한 이유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 곳곳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스릴러물 제작에 강점을 보이는 한국영화의 인기가 높고 아시아에선 한국의 사랑이야기와 멜로드라마의 수요가 매우 많다. 지난 5-10년 사이 한국영화는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Q: 한국영화와 서구영화의 다른점은?
A: 한국영화의 감정 전달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한국 영화의 감정은 관객에게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할리우드 영화가 스펙터클에 중심을 두었다면 한국 영화는 감정이 관객에 넘치도록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Q: 할리우드에서 통할 한국 배우로 누구를 꼽나?
A: 분명히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졌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른 스타일의 배우로 송강호가 있다. 그가 영화에서 영어로 연기한 적은 없지만 확실히 눈의 띄는 개성을 갖고 있다. 그의 연기를 보면 그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Q: 한국영화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A: 최근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을 보면 특정 스타일의 영화들이 자주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주 볼 수 없는 종류의 영화도 있다. 한국영화엔 장르영화나 스릴러, 저예산 영화들이 많다. 앞으로 세계 관객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한국 영화에 다양성도 있지만 더 폭넓은 다양성으로 더 많은 관객에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