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에 시카고 심포니 부악장 된 스테파니 정
이번 주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가 시카고 심포니의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를 지휘하는데요, 심포니의 부악장인 스테파니 정의 무대로 기대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불과 24살 나이에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의 부악장 자리를 꿰찬 유능한 연주자죠. 제가 심포니 센터에서 이제 9년차 부악장인 스테파니를 만나 브람스 협주곡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주: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 일부]
[박원정: 브람스의 더블 콘체르토는 무엇이 특별한가요?]
[스테파니 정: 아마 브람스에게 개인적 의미가 큰 곡일 거예요. 그의 절친한 친구인 요하임과의 화해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곡했습니다. 요하임과 갈등을 빚으며 우정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브람스는 친구 요하임과 그의 사중주 첼로연주가 로베르트 하우스만을 위해 곡을 작곡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죠.]
작곡가 브람스의 마지막 관현악곡인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일명 더블 콘체르토는 우정과 화해의 곡. 스테파니 정은 시카고 심포니의 첼로 부수석 케니스 올슨과 함께 연주합니다.
[스테파니 정: (곡에서) 바이올린과 첼로의 끊임없는 대화가 진행됩니다. 사람관계의 특징같은 면을 들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같은 음을 연주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그가 저를 도와주는 역할로 연주하고, 또 제가 조력하기도 합니다. 제가 설득하려고 할 때 그가 확고하게 거절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타협하며 함께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 곡은 삶에서의 사람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9년차 부수석 스테파니 정은 어떤 여정을 걸어왔을까…
뉴저지에서 태어난 스테파니는 3살 나이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6개월 후 시카고로 이주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인 스테파니는 9살의 최연소 나이에 커티스음대에 합격해 공부했으며 애론 로산드를 사사하고 성인이 돼 줄리아드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2008년 파가니니 국제콩쿨에선 대상 없는 2위와 2개의 상을 추가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10년에 뉴욕 필하모닉의 단원으로 합격돼 활동하다 2011년 치열한 오디션을 통과해 시카고 심포니의 부악장으로 임명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4살의 나이에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의 부악장이 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스테파니 – 제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면서 상당히 성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요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마치 세계를 정복할 준비가 된 것처럼. 오케스트라의 지난 시간은 저의 의식과 합주의 수준을 끌어올렸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에는 솔로 커리어를 추구하며 앙상블 연주에 자주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이후 합주에 대한 의식이 매우 향상되었습니다. 저의 파트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퍼즐 같은 것이었습니다. 콘서트 중 저의 뇌는 매우 바쁘게 움직입니다. 제일 바이올린 섹션이 멜로디를 연주하여도 반주격인 다른 파트의 움직임을 들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할 수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음악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부분이 끊임 없이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것이지요. ]
스테파니 정이 12살 나이에 처음 데뷔하고 12년 후 부악장이 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현재 손에 꼽히는 세계 정상 오케스트라이며 미국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금관 섹션은 명성은 오랫동안 높았고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의 부임 이후 현악 섹션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스테파니는 특유의 성실과 재능으로 매 리허설을 준비합니다.
[스테파니: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의 음악선곡은 제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나 뉴욕 필하모닉에서 경험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매주 제가 익숙하지 않았던 곡들과 씨름을 해야 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의 두 주 전에 확실히 준비했습니다. 제가 연주해보지 않았던 곡이라도 아는 척할 수 있도록. 동시에 확실히 알고 연주할 수 있도록. 그래서 모든 리허설에 150% 준비되어 참여했습니다. 첫 리허설이라도 그날 바로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물었습니다.
[박원정 : 스테파니 씨는 음악을 왜 좋아하세요?]
[스테파니 정: 이유요? 그저 좋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 정정희 씨에 이끌려 바이올린을 시작한 스테파니이제 음악은 사랑이고, 삶의 감사이며, 늘 새로운 여행입니다.
[스테파니 – 매주 3-4 차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음악이 그저 좋습니다, 무대에서는 저의 다른 부분이 나옵니다. 평상시에는 비교적 내성적인 성격인데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는 저의 외향적인 부분이 표출됩니다. 또한 음악을 연주할 때는 참으로 다양한 감정의 세계로 여행을 떠납니다. 놀랍습니다. 마치 훌륭한 소설이나 영화처럼 많은 감정이 담겨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느낌이죠. 매우 특별합니다.]
[연주: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 일부]
스테파니 정과 케네스 올슨의 무대로 장식되는 시카고 심포니의 브람스 더블 콘체르토는 이번 주 목요일과 토요일, 다음주 화요일에 각각 열립니다.
[취재, 촬영= 박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