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인언론의 현주소…그리고 미래
[앵커 오프닝]
뉴스의 홍수,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 가운데 한인언론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박원정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리포트]
네 달 전 지난 4월 13일, 시카고 중앙일보가 문을 닫았습니다. 재정 악화에 따른 경영난이 이유였습니다. 신문사측은 휴간이라고 밝혔지만 복간 시기는 불투명했습니다. 39년간 동포사회의 희비애환을 담아온 한 일간지의 퇴장은 충격이었고 경종을 울렸습니다
[서이탁 한인회장 – 몸의 살붙이가 빠져나가는 그런 마음을 받았습니다]
4개월이 흘러 중앙일보는 복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문은 오는 17일 이른바 ‘재창간’ 설명회를 개최할 전망. 한국 본사 직영이 아닌 시카고 한인들의 자본으로 프랜차이즈식 지역 운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복수의 언론 종사자들은 미래를 낙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미국 최고로 인정받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리치 고든 교수.
[리치 고든 노스웨스턴 저널리즘대학 디지털 혁신 디렉터/교수 – 전통적 신문의 종말이 다가옵니다. 저는 생존 가능성을 볼 수 없습니다. 이유는 수용자의 습성이 달라졌고 수익구조와 현대기술 때문입니다]
이는 비단 신문만이 아닌 모든 전통적 매체에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매체가 존재하는 시대. 손 안에서 수많은 뉴스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세상. 또 유투브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신속하게 전해지는 세계의 소식은 전통적 뉴스의 가치를 하락시킵니다. 수많은 뉴스가 소위 ‘쉽게 소비되어 버립니다.’ 이에 따라 지역 한인 매체의 수요는 급격히 줄어듭니다.
시카고지역의 한인언론은 총 10 개. 영상매체로 뉴스매거진과 WIN TV 겸 MC-TV, 한미 TV가 있고 라디오 매체로 K 라디오와 KCBS 기독교방송이 있습니다. 일간지로 한국일보와 복간준비 중인 중앙일보, 주간지로 교차로와 시카고타임즈, 코리아트리뷴.
시카고 언론계의 원로인 육길원 전 한국일보편집국장은 한인 언론의 질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육길원 – 신문을 했던 사람으로서 요즘 느끼는 것은, 요즘뿐만 아니라 최근이죠. 신문을 너무 아무렇게나 만들고 성의가 없고 따라서 독자들로부터는 또는 청취자로부터는 너무 읽을 거리가 없다 많은 얘기를 듣고 그런데… 이유야 경영이죠. 경영난. 편집이라든지 신문 제작에 input, 투자를 안 하니까 성의가 없고, 심층보도를 못 하고, 기획기사가 없고, 그저 매일매일 지면 메꾸기에 바쁜데…]
육 씨의 지적 역시 신문, 방송 등 모든 언론에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최근 30년래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 가운데대부분 언론사의 풀타임 직원 수가 10명을 넘지 못하고 취재기자 또한 2명 이하입니다. 한인사회의 행사 취재만 해도 모자란 인력. 생활에 밀접한 이슈나 심층, 기획취재를 하기엔 더욱 어려운 형편입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초보적 수준의 기자가 다수이고, 기자의 이직률이 높은 것 또한 양질의 기사가 생산되지 못하는데 기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 현재 시카고의 한인 언론 수는 역대 최다. 타민족 커뮤니티 매체 수의 2배 이상입니다. 반면 이민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소비인구가 줄어들면서 한인사회의 경제 규모는 매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수 언론사의 광고 담당자에 따르면 시카고 한인 광고 시장은 10년 전의 절반 규모, 현재 월 20만 달러 수준. 월 20만 달러의 파이를 10개의 회사가 나누는 셈입니다. 한인사회에서 소비가 늘어나고 광고의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이상 한인언론의 재정적 어려움은 갈수록 가중될 것입니다.
[정종하 평통회장 – 언론하고 연결된 게, 시카고 동포사회의 경제하고도 연결돼 있습니다. 사실상 시카고 동포사회 경제가 많이 발전되고 붐이 되면 언론도 많은 보도라든지 광고를 통해서 수익창출이 돼서 비즈니스가 꾸준히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언론하고 같이 경제하고 같이 힘을 합쳐서 동포분들이 힘을 합쳐서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는 그러한 기반이 되어야 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이탁 한인회장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미국사회 소식도 밀도 높게 다루며 주류사회를 공략해야 한인사회 밖의 고액 광고를 수주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서이탁 한인회장 – 미 주류사회를 공략하지 않는 한 한인단체들 한인동포들만 가지고는 굉장히 운영하시기가 힘들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는 로컬 정치인들 로컬 주류사회에 있는 비즈니스들 그쪽의 기사도 다루고 그분들과 소통함을 통해서 그쪽에서도 광고를 받고…]
리치 고든 교수는 전통매체가 생존하기 위해선 온라인과 모바일을 강화한 이른바 ‘디지털 혁신’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리치 고든 – 인쇄매체가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실행 가능 여부는 타켓층이 누구이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 수익구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시카고 한인언론들도 디지털 플랫폼을 등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매거진은 2009년부터 유투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개척했고, 교차로는 활발한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수용자의 참여를 폭넓게 도출하고 있으며, 한국일보와 시카고타임즈는 디지털 메일링으로 독자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명민한 해설로 인기가 많은 기독교 라디오‘ 김정일의 시사해설’은 온라인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의 공통과제는 디지털 수익구조를 형성하는 것과 온라인 컨텐츠의 다변화를 통해 새 수용자를 끌어들이는 것. 아직, 갈 길은 멉니다.
동포 언론사의 부실한 자원에 디지털 혁신은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혁신은 수익 창출에 더딥니다. 거기에 한국어권 인구감소에 따라 한국어 매체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시카고 한인언론의 현주소.
그리 멀지 않은 10년 후,과연 몇 개의 매체가 생존할까요?
우리는 오늘도 내일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뉴스매거진, 박원정입니다.